Miss Highball

by 만원식탁


저녁 8시쯤이면 가게가 제일 바쁠 때입니다. 퇴근길 삼삼오오 모인 손님들이 가게 안을 시끌벅적 채우고, 술과 요리들이 주방과 테이블 사이를 부지런히 넘나듭니다.


손님들이 하나둘 빠져나갈 때쯤 인사를 하다 보면 문 밖으로 한 손님이 전봇대 불빛 아래 마련해 둔 재떨이 옆에서 담배를 태우고 계십니다. 오늘도 오셨네요. 매주 금요일.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방문하시는 그녀. 전 그녀를 미스 하이볼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손님을 실제로 그렇게 호칭하진 않지요.


실제 대화를 해 보진 못했습니다. 가게도 작고 단골손님들과 가벼운 대화 정도는 주고받는 편이지만, 미스 하이볼의 식사 시간은 왠지 방해하고 싶지 않은 분위기랄까. 메뉴판을 따로 보지도 않으세요. 들어오시면 자연스레 눈인사를 나누고, 차가운 생맥주 한 잔을 먼저 따라 드립니다. 그럼 그대로 원샷. 그리고 귀에 에어팟을 끼우고 왼쪽에 휴대전화를 비스듬히 세워 두고는 넷플릭스를 켭니다. 10분 정도가 지날 때쯤 #군만두 한 접시와 #하이볼 한 잔, 위스키를 보통보다 살짝 더 넣어 내어 드립니다. 하이볼 한 잔을 다 비우실 때쯤 다음 하이볼 한 잔을 닭튀김 한 접시와 함께 드리지요. 마요네즈도 꼭 같이 드립니다.


사실 닭튀김은 정식으로 파는 메뉴가 아니에요. 장사 시작하고 아직 손님이 드물 때, 이 메뉴 저 메뉴 만들어 보던 시절 그때 한 번 팔게 되었는데, 그 뒤로 오시면 항상 저 코스로 주문을 하셔서 분위기상 중간에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금요일에 항상 1인분 양만 밑간해 놓는, 말 그대로 미스 하이볼 only 스페셜 메뉴지요.


어떤 분일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궁금하긴 합니다만, 방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한텐 그저 감사한 손님일 뿐!




#015B

- 그녀의 딸은 세살이에요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요

어린 시절의 슬픈 사랑을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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