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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호 Aug 19. 2024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철이와 메테르. 우리 세대에게는 캔디나 마징가 Z만큼 익숙한 이름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동심은 은하철도 999탑승하고서 우주여행을 떠났다. 엄마를 찾아야 하는 철이와 미스 관세음보살 메테르와 함께.   

 

만화 영화 '은하철도 999'의 뿌리는 미야자와 겐지의 환상 은하계 여행록 '은하철도의 밤'닿아있. 1933921. 37살 이른 나이에 피를 쏟은 채 우주로 떠나버린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동화 작가이자 시인이며 농촌계몽의 선각자였다. 국내에는 그의 시집 봄날과 아수라가 나와 있다.     


미야자와 겐지가 쓴 '비에도 지 않고'는 그가 결핵에 신음하던 병상에서 쓴 작품이다. 는 인간의 도리, 언행일치의 이상적인 인간을 그리고 있다. 칭기즈칸이나 나폴레옹 같은 영웅이 아닌 하늘 같은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살고자 하는 미야자와 겐지의 소망이 들어있는 작품이다.     


부잣집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고자 했던 그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하여 집안에서 쫓겨났고 농민을 위한 헌신도 실패했다. 불우한 인생이었다. 농민들마저 그를 비웃었으며 자비로 출판한 동화책과 시집은 단 5권만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에서 그의 인기는 높다. 지난 천년 간 일본 문학을 빛낸 작가 가운데 4위라고 한다(1위는 '도련님'의 나쓰메 소세키, 9위가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 비록 비루한  땅에 발을 딛고서 한없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았지만, 마음의 눈은 우주를 응시했던 미야자와 겐지. 그는 동양의 생떽쥐베리였다.

   

최근 그의 문장을 발췌한 미야자와 겐지의 문장들 신간 소식은 폭염에 만난 청량한 바람처럼 반갑. 찬연한 별빛 열기에 찌든 대지를 위로하 8월의 저녁.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를 소리 내어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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