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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꼬르륵 Nov 13. 2024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이븐하게 익은 음악일기를 쓰기 시작하며, 첫번째. 함중아-내게도 사랑이 

[시작에 앞서]

라디오제작 PD지만 요즘 음악을 잘 듣지 않았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내 뜻대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다 슬프게 들렸다. 타사 라디오 음악이 들려오면 자리를 피하고 싶어지고 한없이 부러워지면서 서글퍼졌다. 떠난 동료들이 떠오르고,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우울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현재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측으로부터 협찬을 받게 됐다.
매일 의미 있는 우리 가요를 협회 측에서 추천해 주면 내가 제작하는 라디오프로그램(최일구의 허리케인라디오)에서 [우리 가요 알고 가요]라는 꼭지코너를 통해 설명을 곁들어 노래를 트는데 이게 꽤 깊이가 있다. 라디오 PD지만 창피하게도 몰랐던 우리 가요의 역사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알게 됐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제작비가 없어서 원고를 쓸 작가가 없다 보니 PD인 내가 쓰는데 억지로 가요사 공부도 시켜주고 일석이조(?)라고 해야 하나. 내 나이 40이 안 넘었지만 마치 5060, 7080처럼 이븐하게 익은(?) 복고적인 취향을 갖게 해 준 협최측 추천 음악과 내가 적은 소개 내용, 그리고 나의 감상일기를 잘 버무려 습관대로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늘 그래왔듯이 살짝 부족하고 가벼울 수 있다. ㅋ


천피디의 이븐 한 음악일기 첫 번째 노래는 바로 이곡이다.


함중아-내게도 사랑이


https://www.youtube.com/watch?v=ogUs-NPb5Ag


라디오에서 자주 듣던 노래지만 시대 노래는 아니다. 이래 봬도 내가 MZ다. 간신히 매달려 있기는 하지만.  내가 한창 노래를 들을 때는 조성모의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때였다. 그래서 곡은 대충 멜로디만 익숙한 노래였는데 추천곡으로 전달받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목소리를 저렇게 내지?"였다. 일부러 콧소리를 내는 듯한 비음이 섞인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의심이 많은 나는 이분이 평상시 말을 때도 저런 비음이 나는 걸까? 노래할 때만 일부러 그러신 건궁금해서 생전에 방송 출연하신 동영상도 찾아봤다. 그랬더니 말을 하실 때도 살짝 비음이셨다. 그러니 노래할 목소리는 연출이 아니라 타고나신 거라고 있을 같다.  


가수 함중아 씨는 신중현의 영향을 받아 가요계에 진입하며, 신중현이 만든 골든 그레입스에서 활동하다가 자신이 만든 함중아와 양키스 등 여러 밴드를 거쳐 1979년 트로트 락, 일명 뽕락 장르로 인기를 얻었다. 1978년 첫 앨범을 발표한 그는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며 록 음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의 대표곡인 '내게도 사랑이'는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솔로 앨범에 재수록된 후 큰 인기를 끌었다고.     


그런데 함중아 씨가 가수로 데뷔하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최고의 기타리스트를 꿈꾸던 그가 보컬로 전향하게 만든 인물은 바로 ‘가수 조용필’이라고. 조용필 씨가 무명이었을 때 함중아 씨가 밤무대에서 한 달 정도 함께 일을 했는데 팝과 일본 노래를 원곡 가수보다 더 잘 부르는 그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껴 함중아 씨도 보컬의 길로 나섰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 불렀으면 기타리스트가 보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을까?

     

어쨌든 내가 공유한 버전은 함중아와 양키스 버전의 “내게도 사랑이”는 도입부 전자 오르겐소리가 인상적이다. 가사를 보면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

긴 세월 흘러서 가고 그 시절 생각이 나면

못 잊어 그리워지면 내 마음 서글퍼지네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     


사랑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오로지 당신뿐이라. 그런 진심의 기억이 있는 사람은 이 곡을 들으면 향수에 젖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폐암 투병 끝에 2019년 별세하여 이제는 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가수 함중아. 시대를 넘어 MZ인 내게도 세련된 멋을 뽐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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