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대단한 사람' 종이책을 내며
나는 재밌는 습관이 있다. 내일 내가 해야 할 투두리스트(TO DO LIST)를 내 카톡에 적어두는. 투두리스트뿐만 아니다. 어느 날은 그날 있었던 일과 내 느낌, 다짐들을 짧게는 두세줄로 길게는 열 문장 내외로 적는다. 그리고 나에게 전송한다. 이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밤마다 아침마다 하는 일이다.
한번은 어떤 일을 상사에게 보고하러 가기 전 시간이 나서 '어떻게 말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내 의견을 전달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내 카톡창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글자 하나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다음 글자를 두드리는 그 사이, 정말 그 짧은 순간에 생각이 정리되고, 표현은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아무 준비없이 회의에 임했을 때보다 훨씬 더 논리정연하게 나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습관이 12년차 라디오 PD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나의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늦은 퇴근에 아이의 서운한 눈빛을 마주한 날, 중요한 회의 중 어린이집에서 걸려온 전화에 마음이 쿵 내려앉은 날, 피곤이 몰려와 아이에게 짜증 낸 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날... 그런 순간들을 카톡 창에 기록하며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갔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시국에서 연년생 두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우울감과 육체적 피로로 인해 눈물로 잠들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오며 깨달았다. "엄마가 되면 경력증폭여성이 된다"는 것을. 육아는 우리의 능력을 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은 시야와 깊은 통찰력을 선사한다는 것을.
이 책 『당신은, 이미 대단한 사람』에는 그런 일상 속 깨달음이 담겨있다. 퇴근길 들었던 아이의 한마디가 주는 위로, 동료의 따뜻한 배려가 주는 힘, 엄마로서의 경험이 일터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들. 완벽한 엄마도, 완벽한 직장인도 되지 못할 것 같아 의기소침했던 나날들을 지나, 이제는 말하고 싶다.
집에서는 일을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아이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죄인 취급받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두 세계를 오가며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당신도, 나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다.
지쳐있는 아내, 동료, 며느리, 딸, 친구에게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선물하면 어떨까.
"당신은 이미 대단한 사람"이라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