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이후, '나'를 잊어간다면
엄마 이전의 한 여성으로서 나를 돌아보는 법
인생그래프,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자
엄마로 살다 보면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지금 왜 이곳에 있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이러려고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나?’ 라는 의문과 원인 모를 울컥함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나’로 살다가 ‘엄마’로서의 삶을 살며, 나 자신과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이 많은 엄마들이 출산 후 우울증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드는 이런 생각들은 대개 정리되지 않은 채 내 삶의 방향성을 잃게 하며, 결국엔 자존감마저 땅에 떨어뜨리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런 질문들과 내 이름 석 자를 잃어버린 일상 속에서 자존감을 세우고 행복한 엄마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일단 멈추고 바라보자
그 시작은 바로 인생그래프를 그려보는 일에서 시작할 수 있다. 엄마로서, 엄마 이전의 한 여자로서,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엄마로서 바로 서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인생그래프는 ‘아리랑곡선’의 다른 말로, 아리랑 곡조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아리랑곡선이라고도 한다. 아리랑곡선, 즉 인생그래프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거나 소개할 때 많이 쓰인다. 우리는 인생그래프를 통해 ① 일단 멈추어 객관적으로 내 삶을 바라볼 기회 ②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남은 인생을 설계할 자산을 찾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인생그래프가 우리에게 주는 장점이다.
지금까지 엄마로서 숨가쁘게 달려온 내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고 일단 멈춰 서보자. 그리고 차분히 책상에 앉아 가쁜 숨도 고르고,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인생그래프를 그리는 방법
(1) 과거·현재·미래 인생그래프
우선 인생그래프를 그리기 전에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정리할 것인지, 지난 1년 간을 정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래프의 X축은 기간이고, Y축은 감성지수이다. 기간 설정 후 그 기간의 주요 사건을 쓰고, 점과 점 사이를 선으로 연결하면 인생그래프가 완성된다.
과거그래프 그리기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과거의 기간을 정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5학년을 시작 시점으로 잡았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족’과 ‘공부’를 중심으로 그래프를 그렸다. 현재그래프와 미래그래프도 마찬가지의 형식으로 그리면 되는데, 미래그래프의 경우에는 구체적이고 도달가능한 목표와 기간을 적어보도록 하자. 과거그래프를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 잠시나마 잊고 있던 우리 인생의 과거 페이지를 들춰보며 현재의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현재그래프를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서는 현재의 삶을 통해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격려의 에너지를 받아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현재 나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든든한 미래를 설계하고 행복한 나를 건설하는 또 다른 토대가 된다.
그리고 미래그래프를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서는 과거・현재 그래프로 파악한 나와 내 인생을 바탕으로 미래의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엄마경영의 포인트이고,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내공을 기르는 비법이 될 것이다.
(2) 인생그래프 분석 글쓰기
단순히 인생그래프를 그리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생그래프를 분석하는 글을 짧게라도 써보자. 인생그래프를 통해 분석한 나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과 사람, 나의 불행지수를 높이는 일과 사람에 대해 적어보자. 그리고 나서의 느낌, 미래그래프를 바탕으로 한 계획과 다짐도 적어보자. 내 인생그래프에 대한 글을 작성하는 시간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고,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단순히 인생그래프를 그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그래프 분석 글까지 쓴다면 ‘멈추고’ ‘쓰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될 것이다.
♡ 지나온 내 삶의 발자취 – 과거그래프 ♡
저의 과거그래프는 크게 ‘가족’과 ‘공부’로 그래프의 양상이 변화되는 흐름을 보입니다. 결혼 전까지 상처였던 가족의 존재가 결혼 후 감정이 안정되면서 조금씩 회복되었습니다. 또한 독서와 긍정적인 습관 덕분에 점차 새로운 삶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견뎌내는 힘의 시간은 실로 위대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나 엄마가 되어서 말입니다. 비로소 꿈을 찾고, 저의 몸과 마음 그리고 가족에게도 평화가 찾아온 지금이 더없이 행복합니다.
♡ 지금, 여기에서 지나는 내 삶의 발자취 – 현재그래프 ♡
현재그래프의 특징은 지금&여기에서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됐다는 것입니다. 내게 온 사람과 내게 준 시련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과 성장의 기회라는 생각의 전환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 앞으로 만들어 나갈 내 삶의 발자취 – 미래그래프 ♡
가정에서는 최고보다는 충분히 좋은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려고 합니다. 일에 있어서는 하루하루 조금씩 발전하는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그래프에 담았습니다. 이제는 제 삶에 있어 연대와 놀이의 중요성 또한 높아졌습니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사람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쉬고, 놀 때는 놀자는 야무진 계획을 그렸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나의 모습들
지금까지 인생정리 도구인 인생그래프를 그리고, 분석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누구누구의 엄마와 아내가 아닌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살아갈지를 살펴봤다. 인생그래프를 그리는 과정을 통해 나의 인생 전체를 헬리콥터를 타고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헬리콥터 뷰(Helicopter View)’라고 하는데, 헬리콥터 뷰는 우리에게 새로우면서도 전체를 아우르며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을 제공해 준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시야가 넓어지는 만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도 넓어지는 까닭이다. 멀리 떨어져서 내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과거의 좋은 기억은 물론이고 슬픈 기억도 다 ‘꽃자리’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각각 떨어진 시간이 아니라 쭉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보게 되면 작은 점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고 큰 마음으로 세상을, 그리고 더 넓은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인생그래프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엄마의 생각정리스킬>이라는 제목으로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집안일, 재무, 육아 등의 고민을
생각정리 도구를 통해 쉽게 해결하는 시리즈가 연재됩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오늘도 우리 아이, 가족, 그리고 엄마 나 자신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엄마들이
조금 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