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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May 16. 2018

모든 것이 끝난다 해도

<18번째 커버곡>

Dusk Till Dawn - Zayn (feat. Sia)


ZAYN - Dusk Till Dawn ft. Sia


몸이 타들어갈 듯한 열기와 굉음을 울리며 밀려오는 바람 속에서 온 힘을 다해 꼭 잡고 있는 그 손을 통해 그 사람은 나에게 외치고 있었다.

"이 세상이 끝나더라도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서로의 눈빛이 닿던 무언의 외침과 함께 둘은 한 줌의 재가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뜨거웠던 외침은 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할 것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임은 틀림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위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떠오른 다른 하나의 장면은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서 잭과 로즈가 이별하던 *타이타닉이었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극명한 상황에도 기억 속에서 혹은 마음속에서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말은 너무나도 애틋하지만, 어찌 보면 그만큼 잔인한 말일지도 모른다.

강렬하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표현하면서도 끝내 함께할 수 없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한마디의 말이 상대에게 전달되는 그 순간은 세상 어떤 것 보다도 감정적이기 마련이다.

마치 이 곡의 마지막처럼.


*타이타닉(Titanic, 1997) : 1912년의 타이타닉호 침몰사건을 배경으로 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원 디렉션(One Direction) 탈퇴 후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시켜가고 있는 아티스트 제인(Zayn)과 이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호주 대표 아티스트 시아(Sia)가 함께한 이 곡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지막에 모든 것을 폭발시키기 위한 곡'이다.

이 곡이 끝나고 제인과 시아의 그 마지막 외침이 하염없이 머릿속을 맴돌았음은 물론이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하나의 소리처럼 울려 퍼지며, *스네어 드럼은 베이스 사운드 없이도 그 나름의 묵직함을 뽐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엔딩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마치 앞에서 언급했던 연인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듯이.


*원 디렉션(One Direction) :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 <The X-Factor> 출신의 영국 보이밴드

*스네어 드럼 : 원통형의 몸체에 가죽을 붙이고 안쪽에 스내피를 부착한 드럼의 일종


독특한 점은 제인이 이 곡의 메인 아티스트이고 시아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전형적인 시아 스타일의 음악이다.

기존의 제인이 보여주었던 곡들은 일렉트릭 사운드 기반의 *오토튠이 들어간 노래였다면, 이 곡은 조금 더 악기들의 사운드에 치중하면서 아티스트 본연의 목소리를 더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른 시아의 곡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 단어의 멜로디를 길게 끌고 가거나, 하이라이트에 들어가기 직전 사운드가 작아졌다가 급격하게 커지는 구성 등을 이 곡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제인의 오토튠 들어가지 않은 목소리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오토튠(Auto-Tune) : 보컬의 피치를 조정하여 기계적 소리가 나도록 만드는 장치 또는 그 기법


곡 안에서 두 명의 보컬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 또한 다른 여타 곡들과는 사뭇 다르다.

기존의 *혼성 듀엣곡들은 각각의 파트가 나눠져 있다 후반부 하이라이트에 함께 감정을 터뜨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번 곡의 경우 *벌스에서부터 제인이 끌고 오다가 *브릿지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아의 보컬이 얹어지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색다른 감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보통 벌스부터 감정을 끌어오던 보컬의 톤에 맞추어 추가되는 보컬은 그 밑을 받쳐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브릿지부터 들어오는 시아의 보컬이 마치 제인의 보컬이 끌고 오던 감정의 바통을 넘겨받듯 흘러간다는 점이다.

워낙 독특한 시아의 목소리가 제인의 목소리를 덮어버릴 걱정에서 나온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제인의 보컬이 시아의 보컬을 오히려 받쳐주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혼성 듀엣 : 다른 성별의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노래

*벌스(Verse)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브리지(Bridge) : 과 벌스를 이어주는 구간



15세기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 유명한 한마디를 남겼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 곡 속의 두 사람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릴 세상의 종말이 눈 앞에 있더라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만은 변치 않겠다는 맹세처럼.


세상에 모든 사랑은 결국 변하기 나름이라 생각하지만, 종말이라는 비극이 결국 변하지 않는 뜨거운 사랑을 완성시켜주는 역설적인 모습이 담긴 곡이 아닐까.




P.S. 사랑이라는 그 격정적인 감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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