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와 비재료, 자원과 비자원
처음에는 도구를 재료와 비재료로 나눠봤다. 재료는 결과물에 직접적으로 귀속되는 것, 비재료는 결과물에 귀속되지 않는 것으로. 카레를 요리하는 상황으로 비유하자면 감자와 당근은 재료, 냄비와 칼 등의 주방 도구는 비재료에 해당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카레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감자의 모든 부분이 카레에 들어가진 않는다. 감자 껍데기와 도려낸 싹, 당근 껍질, 카레가루 포장지 등은 당연히 카레에 들어가지 않지만 일단 재료와 엮여 있다. 따라서 조리를 위해서는 재료를 다시 '실제로 쓰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원'이라는 개념을 추가로 넣어봤다. 그래서 도구는 재료와 비재료로 나눌 수 있고 재료는 다시 자원과 비자원으로 나눌 수 있다. 카레를 만드는 과정에 비유하자면 카레봉지 속 카레 가루와 껍질을 벗긴 당근, 감자는 자원에 해당하고 카레 봉지와 당근, 감자 껍질은 비자원에 해당된다. 비자원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우리는 이를 '쓰레기'라고 통칭한다.
단어의 사용에 따라 특정 물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할 수 있다. 쓰레기를 '비자원'이라고 명명한다면, '자원'과의 연관성을 찾는 사고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실제로, 비자원을 자원화하는 방법은 대개 혁신 사례로 꼽히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을 일반화할 수 있을만한 개념 및 관계, 과정으로 정리한다면 개인의 경우 평상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자원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사고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자원화 잠재력, 즉 비자원이지만 자원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 갖는 5가지 특징을 정리한 것이다. 도구 용도의 7대 분류인 가력(변형, 전이, 결속) 용도와 비가력(검출, 중개, 격리, 증명) 용도를 기준으로 정리해봤다.
물리적·화학적 에너지가 외부 자극만 주어지면 즉시 분출될 수 있도록 갇혀 있는 상태.
특징: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입해 최대한의 [가력-변형] 결과값을 얻을 수 있어 가성비가 가장 높은 비자원.
사례: 폐유, 고밀도 폐플라스틱, 압축된 폐목재.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격의 비자원이 특정 시스템이나 장소에 대량으로 모여 있는 상태.
특징: 수집과 분류에 드는 [비가력-중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줘. 흩어지면 쓰레기지만 모이면 비자원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례: 하수처리장의 슬러지, 대형 마트의 폐지함, 클라우드 서버의 에러 로그.
사물이 본래 가졌던 물리적 구조나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목적만 즉시 바꿀 수 있는 잠재력.
특징: 도구의 생애 3단계(전이)가 물리적 파괴 없이 일어남. [비재료적 각성]이 가장 쉬운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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