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8. 무의식

무형의 도구

by 천원

프로이트가 제안했다고 알려진 개념인 '무의식'에 대해 성준은 교사가 되기 전까지 크게 관심을 갖진 않았다. 그저 임용 시험에 나오는 개념이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내 머릿속 무언가다... 정도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성준은 교사가 된 이후 이 무의식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오징어게임'이라는, 어린이들의 놀이터와 같은 공간에서 목숨이 달린 게임에 성인들이 고분고분 참가하는 드라마를 보고 어떤 가설을 세웠다.


'공간은 무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학교 시절 장학금 벌이를 위해 독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성준은 '벽(Le mur)'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건축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으로, 공공기관 건축물의 내부 구조나 색감에는 행정 체계가 요구하는 '경직성'을 의도적으로 담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외형도 동선도 곡선보다는 직선의 디자인을 채택하는 이유는 그 건축물의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에 무의식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람들 대다수가 아파트나 직각 주택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권위적이겠네.'라고 스스로 거부감을 느낀 내용이었는데,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머릿속에서 그 문장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무의식에 영향을 주는 것이 있는데, 무의식 자체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엇이라...


무의식이라는 개념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기억'이라는 사고 활동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성준이 평소 생각하는 기억은 의도적으로 특정 정보를 머릿속에 넣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억한다는 것에는 '인출한다.'라는 의미가 연관되어 있어, 머릿속에서 기억나지 않는 정보는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무의식이라는 개념이 실재하고, 우리 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기억과 인출을 분리하여 생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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