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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희 Jul 18. 2024

그녀의 밥

11. 감사로 채워지는 허기


세상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를 응원해 주고 내 삶에 감사를 찾으며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보자고 결심했지만

지난 한 주간은 숨 쉴틈도 없이 바빴다.

나의 작은 결심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도 적당한 배달 음식으로 때우려고 하다가

지숙이 손으로 빚었다고 주었던 손만두가 생각났다

지숙은 "나에게 만두를 주면서 라면보다 쉬운 게 만둣국이야"

라면서 만둣국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비결은 시판용 사골국물이었다.

얼른 씻고 나와 지숙이 알려준 대로 만둣국을 끓여 냈다

뜨거운 국물을 한입 입에 넣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만두피도 쫄깃하고 만두소는 꽉 차 있었다

시판 만두도 괜찮지만 손만두라니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이렇게 손 많이 가는 음식을 해준 지숙에게 순간 고마워졌다


대충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내 마음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어. 너는 몰랐겠지만 나는 너를 응원하고 있었어

나는  네가 잘 해내길 바라며 응원하고 있었어"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그 작은 소리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수고했고

너를 응원했다는 그 말이 나를 오늘밤 진짜 쉴 수 있게 해 줄 것 같았다

바빴던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 작은 실수들이 있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실수였지만  일이 끝난 뒤에도

내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고하며 달려온 한 주 끝에도 나를 쉴 수 없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고했다는 그 말, 응원하다는 그 말이 나를 쉬게 해 주었다

아마도 지난번에 내가 했던 작은 결심이 내 마음 한구석에 나에게 말을 걸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들은 텅 비어 있는 빈방 같은 내 마음에 작은 불이 되어 주었다

추레한 나의 집을 비춰주는 스탠드의 불빛처럼 황량한 나의 삶을 따뜻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이런 말들이 아닐까

 생각하며 나는 두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너무 바빴지만 한주도 무사히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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