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할 수 없는 말

by 꿈꾸는 임

이 글을 너에게 보여 줄 수 없겠지.


말은 더더욱.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머리에서 회오리를 치는 건지, 똑같은 말이 머리를 휘젓는 것인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고 싶지 않아. 화가 날 뿐.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야.


너랑 나는 같은 유년기를 보내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테니.

그렇다고 상처도 똑같은 기억일까?

한 번씩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너와 나의 기억이 다름에 한 번씩 놀라고 했으니 어쩌면 똑같은 일도 너에겐 상처가 더 깊을 수도 있었겠다.


우리 부모가 좋은 부모가 아닌 것 맞다. 먹고 살기 어려웠고, 배움이 짧아 직장이 변변치 않았고. 무엇보다 가진 게 없어 잘난 사람들 눈치를 보며 살았던 사람들이니까. 그게 싫었다. 너도 마찬가지였을 테니.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가족을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면 이성을 잃고 큰소리가 나는 나와 너니까.


그런데 너는 그 누구도 아닌 엄마를 왜 미워하고 무시할까.


나도 엄마가 싫을 때가 많다.

어렸을 때 상처받은 일을 이야기하자면 너 못지않을 거야.

너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힘들었고 아팠다.

그런데

우리 엄마.

그녀의 삶은 평탄했을까? 힘들지 아프지 않았을까?

직장도 오래 다니지 않고, 주기적으로 돈 사고를 치는 남편과 잘난 것 없이 자식들. 주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비참하게 이야기하며 그 아픔을 털어내는 엄마의 삶을 지금도 나는 이해하려고 하는 중이다. 쉽다고 못하겠다. 그로 인해 나도 아프니까. 그래서 이 글을 쓴다. 토해낼 곳이 없어 쓴다.


우리를 아프게 엄마의 단골 멘트


1. 남편 복 없으면 자식 복도 없다.

2. 씨도둑은 못 한다고 제 아비 하는 짓 똑같이 한다.

3. 내가 너희들에게 못 해준 것이 뭐 있니?

4. 나는 너희를 위해 참고 희생했다.


안다. 그녀의 삶이 힘들었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당연함이 될 수 없음을.


그런데도, 엄마를 이해해달라는 부탁은 선을 넘는 것일까?


우린 엄마에게 희생해 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 엄마의 선택이었고 나는 그 선택에 감사한다. 엄마의 선택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없지 않을까 같아서.

난 엄마에게 그 어떤 힘듦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미 엄마의 삶이 내 눈엔 힘듦이 넘치다 못해 쏟아지니까. 그 속에 네가 있음을 너도 부인하지 않겠지. 그렇기에 지금 너의 모습을 반은 이해하고 반은 이해하지 못하며, 반의반만큼은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미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엄마를 이해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이해하는 척은 해줬으면 한다.

엄마를 용서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용서하는 척은 해줬으면 한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사랑하는 척은 해줬으면 한다.


부모에게 받은 우리의 상처가 너의 아이들에게 가지 않기를 나는 그 누구보다 바란다. 이미 너의 선택으로 인해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니. 너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때론 인정하기 싫은 그 자체가 ‘나’로 인함을 그 누구보다 알기에 더 인정하기 싫어 발버둥을 치는 것임을 너도 알기에.


너에게 부탁한다.

엄마, 그녀에 대한 감정은 너의 몫이다. 부디 그 감정에 죄책감은 없길 바란다.

너와 내가 가져가야 할 몫과 마음은 가져가자.

그리고 엄마가 떠나는 날,

그땐 그래서 미웠다고. 아팠다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자.

어쩌면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너에게 보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길 바라본다.

아빠를 미워했기에 미움의 대가가 얼마를 큰지 알기에.

더 이상 그 누구를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더욱이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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