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를 설레게 할 파리 기행기 _루브르 박물관
Part.1 덕후의 두 눈이 번쩍 뜨일 그곳!
때로는 질보다 양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각양각색의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물량만큼 효과가 큰 게 없기 때문이다. 받는 사람은 고민 없이 자신의 취향을 선택하면 되고, 주는 사람은 혹시 모를 불만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에 모두를 위해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물론 어지간한 물량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지만.
장물이니 뭐니 해도 루브르는 관람객이 물량에 짓눌려 스스로 포기를 선언하게 만드는 박물관이다. 차마 모든 전시관을 꼼꼼히 제대로 둘러볼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곳이다. 어쩌면 뮤지엄 패스라는 얄팍한 상술(?)로 애초부터 포기선언을 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갈 곳은 많고 시간과 돈은 부족한 여행자들은 핵심만(?) 둘러보고 이동하는 루트를 택하는 전략을 짜기도 한다. 애초에 루브르를 전부 다 둘러보겠다고 하루를 온전히 비우는 여행객도 드무니 말이다. 둘러보다 지치긴 하지만.
(참고로 뮤지엄 패스는 2, 4, 6일권이 있다. 파리와 파리 주변 60개 미술관과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는 패스이지만 기간이 늘수록 가격이 심각하게 비싸진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2일권과 4일권을 놓고 고민하지만 2일권을 선택하는 비율이 좀 더 높은 편이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유물도 있지만 회화와 같은 미술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아 차라리 미술관이라고 불렀던 좋겠다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루브르는 굳건하게 박물관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칭호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가.
너무 커서 길을 잃게 되는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보다보면 왜 르네상스가 태동하고 확산될 수 있었는지 온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넘치는 신실함과 Holy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신화적 세계를 떠나 인간 세상에 두 다리를 내리고 싶은 마음이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곳이다. 왜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지 여실하게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루브르 박물관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인간적 면모가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고야가 그린 ‘카르피오 백작 부인의 초상화 라 솔라나 후작 부인’이라는 그림이다. 라 솔라나 후작 부인이 병들고 죽음을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남겨질 외동딸이 엄마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게 초상화를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뭔가 찡했다. 프란스 할스의 ‘광대’도 마음에 들었다. 익살스러운 표정이 금방이라도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와서 기타치며 노래를 할 것 같았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그림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개별 투어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그림에 담긴 스토리나 기법을 소개해준다는 면에서는 좋다. 귀동냥으로 몰랐던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상자의 감상을 서로 교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도슨트 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북을 샀다. 오디오 투어도 좋지만 도록처럼 다시 꺼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루브르는 프랑수아 1세에 의해 왕궁의 모습을 갖췄다. 이전까지 요새로 쓰이던 루브르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 조각가, 예술가들에 의해 왕궁으로 새롭게 지어졌다. 왕실 예술품을 보관, 관리, 전시하는 공간으로 변한 건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으로 옮겨가면서 본격화됐다. 나폴레옹 시대를 거치면서 컬렉션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 한때 나폴레옹 박물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나폴레옹이 살았던 공간도 루브르 안에 남아있다.
메트로 1∙7호선 Palais Royal Musée du Louvre역에서 내려 도보 이동하면 된다.
Google Map : goo.gl/6zMkF7
Address : 99 Rue de Rivoli, Paris
Web : http://www.louvre.fr/
Open : 9am to 18pm
Fee : 10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