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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호 May 01. 2024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조신함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어김없이 찾아온 주말, 카운터를 지킨다.

 

 

 

 

객실 점검(청소가 끝난 방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일로 주로 카운터 직원이 한다)을 갔다가 내려오는데, 로비에 고객이 들어선다. 날쌘 걸음으로 카운터로 돌아가 키를 건넨다.

 

고객의 체크인을 돕고 자연스레 고개가 향하는 곳은 cctv 화면이다.

 

어랏? 주차선을 물고 주차된 차량이 누구인지 카메라를 돌려보니 방금 대실 손님이다.

 

 

 

 

다시 주차를 해달라고 안내하려는 차에 엄마가 거드신다.

 

“얼른 전화해. 시작하기 전에!”

 

시작이라......

 

 

 

 

 

 

엄마와 나는 동시에 마주 보고 껄껄 웃었다.

 

 

‘시작하기 전에’ 라니!!!!!

 

 

‘무얼?’

 

‘무얼 시작해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 요.” 이런 노래가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하하.

 

 

 




방금 입실한 손님은 대실 손님. 대실손님의 목적은 하나이므로 무엇을 시작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문득 30년 전, 생리를 시작하고 생리대를 사서 돌아오던 날 엄마의 잔소리가 떠오른다.

 

 

“칠칠치 못하게 가스나가 생리대를 그냥 들고 다닌다냐? 검은 봉투에 담아 달라고 해야제. 누가 보믄 어쩔라고 근다냐?”

 

 

 

 

그땐 그랬지. 혼전 여자에게 순결이 중요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딸에게 ‘조신함’을 가르쳐야 했던 엄마의 의무는 끝났다. 놀람, 수치, 소심함 대신 노련함과 당당함, 대담함을 가르칠 시간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나는 수화기를 들어 7,0,3을 누른다.

 

“고객님 주차라인이 물려서요. 내려오셔서 다시 주차해 주시겠어요? 제가 키를 받으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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