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평론

by 백경

나를 지키는 것은, 어쩌면 매일 되풀이되는 루틴일지도 모른다.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히라야마의 하루를 잔잔하게 따라가는 관찰 영화다. 그는 새벽의 빗자루 소리에 눈을 뜨고, 양치하고, 자판기 커피를 뽑아 올드팝 카세트테이프를 틀며 출근한다.


출근하면 화장실을 한 칸 한 칸 정성스럽게 닦고, 퇴근하면 소박하게 책을 읽고 잠든다. 다음 날도 같은 하루가 펼쳐진다. 이 반복 속에서 그는 완벽에 가까운 리듬으로 자신의 삶을 산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들이 문득문득 파도를 만든다. 공중도덕을 모르는 이들, 동료, 가출한 조카, 여동생, 그리고 단골가게 주인의 전남편까지 작은 파문들이 그의 고요를 흔든다.


그럼에도 그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루틴을 무기로 삼아 제자리를 지킨다. 영화가 중반을 넘기며 여동생이 등장하고, 아버지와의 껄끄러운 과거가 암시된다. 애초에 그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그를 진단하지 않는다.


그는 중년의 문턱을 지나고, 주변은 변해간다. 도시의 풍경은 느리게 갈아 끼워지고, 익숙했던 자리는 낯설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나무를 찾는다. 점심시간이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필름카메라로 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찍는다. 한결같아 보이는 것들 속에서 매순간 달라지는 빛을 발견하는 일. 그게 그의 작은 행복이다.


보는 내내 시지프 신화가 떠올랐다. 굴러 떨어진 바위를 다시 올리고, 또 다시 올리는 지겨운 노동. 그러나 그 반복을 기꺼이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형벌이 아니라 삶의 리듬이 된다. 히라야마의 하루가 그렇다.


<퍼펙트 데이즈>는 반복되는 삶의 의미를 묻는다. 루틴은 우리를 가두는 감옥일까, 아니면 세상을 견디게 하는 발판일까. 영화는 대답 대신 작은 완벽들을 보여준다. 닦여 빛나는 금속, 잎사귀 사이로 스치는 햇빛,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 그 조용한 완벽들 사이에서, 우리는 오늘도 살아갈 이유를 다시 꺼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