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서평

by 백경

트럼프의 등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이 책은 그렇게 말하며, 미국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은 한동안 혼자만의 시대를 누렸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미국이 세계를 이끈다”는 믿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자유무역, 민주주의, 세계화가 정답처럼 보이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지나면서, 미국의 기조는 조금씩 바뀐다.

겉으로는 여전히 강대국이지만, 안에서는 불안과 분열이 쌓여가는 시기다. 이 책은 트럼프를 그 불안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결과물”로 본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는 브렉시트가 일어났다.

영국에서도 “영국을 다시 되찾자, 우리 힘을 되찾자”는 정서가 퍼졌고, 미국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이민자, 세계화, 국제기구, 동맹국에 대한 불신이 서서히 커졌고, 그 불안이 투표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체제의 미국 앞에서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여기서 한국을 끌어온다.

•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 전쟁 가능성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 관세와 통상 압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 그리고 한국 안에서 민주주의가 뒤흔들릴 때, 그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이 질문들을 향해 책은 여러 단서를 건넨다.

정답을 딱 잘라 말하기보다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먼저 직시하자”고 말하는 느낌에 가깝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극우 세력이 힘을 얻고, 권위주의적 리더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한국 역시 그 바깥이 아니다. 최근 탄핵 정국과 논쟁적인 정치 상황은, 한국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른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장면들이, 사실은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걸 이 책은 상기시킨다.


그러면서도 책은 작은 가능성을 남겨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이 언젠가 민주주의를 다시 앞에서 끌고 가는 나라로 기억될 수도 있다는 상상이다.

그 미래가 현실이 될지 아닐지는, 결국 지금 한국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트럼프가 문제라기보다, 트럼프를 만들어낸 세계가 문제이고,

그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디 서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