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필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내 생각을 보란 듯이 뒤집었다.
2003년 영화라 기대를 많이 안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B급 연출로 A급 영화를 만든 느낌이랄까.
놀라운 건,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이다.
주인공 병구가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확신으로 움직이는 내용이다.
외계인은 인간과 똑같이 생겨서 구별할 수 없다고(적어도 병구는) 믿는다.
그들은 머리카락으로 신호를 주고받고, 인간을 실험한다고 병구는 확신한다.
병구는 강만식(강 회장)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결국 감금한다.
강 회장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여러 ‘실험’과 고문(?) 같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 과정이 웃기게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처음엔 나도 병구가 음모론에 빠진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도 그렇게 보이게 만든다.
병구가 가진 불행한 과거,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 같은 것들이 “점점 미쳐가는 이유”처럼 쌓인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믿고 있던 해석이 흔들리면서 오히려 ‘진실’이 무엇인지를 보게 된다.
이 영화가 좋은 건, 반전 자체보다도 “내가 누구를 정상/비정상으로 쉽게 재단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누군가의 말이 너무 과해 보일 때, 그 말의 근원을 묻기 전에 웃어넘기진 않았는지 그 질문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