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시간들 -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올해 3월,
해방촌으로 독립출판물 수업을
열심히 배우러 다닐때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 들었을때 기억에 남았었는데
10월 25일 독립영화로 개봉하였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그 곳에서 살지 않았지만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집 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전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일까.
사는 데 있어
마냥 좋을 수 만 없고 편할 수 만 없다.
우리는 싫어도 불편해도 살아간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낼 수 있었던 것.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얼마나 많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을까.
얼마나 많이 입구를 드나들었을까.
집이 늙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어쩐지 코끝이 찡해졌다.
집이 늙고 있단다.
시간 안에서 우리 모두 늙는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하물며 물건도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기 마련인데
왜 건물이 늙는다는 거야말로 다르게 느껴졌을까.
건물이 아니라 집이라서?
집이라서.
이사를 갈때 짐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기억은 정리 할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거지.
시간이 정해져있긴 한건가?
어디로 옮길 수도 없잖아.
영화를 보고 나니
얼마전 겪은 일이 떠올랐다.
어릴 때 매일 다녔던 피아노 학원.
집 보다 오래 머물었던 곳.
근처를 지나가다 문득 생각이나 일부러 골목안으로 들어갔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단지 피아노 학원 한번 보고 지나가려고.
그런데
그 자리에 피아노 학원이 사라지고
다른 건물이 있었다.
나는 그때 그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분명 여기 있어야 하는데,
네 자리는 이 곳 인데..? 라는
어쩌면 이기적인 생각.
내 기억속 입장은 여기있어야하는게 맞는데
왜 사라진걸까? 라는 단순한 생각.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을 바랬던 욕심.
학원을 다시 다닐 것도 아니면서,
건물이 사라진다고
내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서운했던걸까.
마음이 서운했다.
내 시간을 가져가 버린것 같아서
누군가 지워버린 것 같아 허전하고 서글펐다.
누구나 갑자기 그런 기분을 느낄때가 있지않나.
뭔가 다시는 안 올 것 같은 순간.
내게는 피아노 학원이 그런 곳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하는 것.
그 시절 내 기억속에는
사라지지않고 진행중인 진행형이니까
멈추지 않고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
나는 계속해서 시간을 부여해줄것이다.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내가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