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공간읽기
공간을 바꾸는 최고의 기술 — 향, 빛, 음
어릴 적 우화에서 읽은 이야기 하나가 오래 남아 있다.
현명한 며느리(혹은 신하)를 뽑기 위해 아주 적은 돈을 주고 방 하나를 가득 채우라는 시험을 냈다는 이야기. 대부분은 가장 값싼 물건을 떠올렸겠지만, 현명한 이는 촛불 하나를 사서 방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그 이야기가 기억에 남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나라면 못했겠다.”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지?
둘째, 건축가가 되고 나서는 “촛불 말고도 더 있어요!” 하고 손을 번쩍 들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은 단순하다.
공간을 반드시 고체나 액체로 채울 필요는 없다는 것.
그렇다면 선택지는 훨씬 많아진다.
먼저 ‘음(音)’.
소리와 음악은 공간을 순식간에 채운다. 소리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며 퍼진다. 연결되는 곳까지 하나의 공간으로 묶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이슬람 사원의 미나렛에서 하루 다섯 번 울려 퍼지는 아잔. 그 소리가 닿는 범위가 하나의 영역이 된다. Public space를 ‘소리가 닿는 곳’으로 정의하기도 하니, 방 하나를 소리로 채우는 것은 너무도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 다음은 ‘향(香)’.
오래된 광고 문구, “낯선 여자에게서 그 (내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를 기억하는 분? (반갑습니다. 인생의 깊이를 아는 나이시네요.)
향은 친밀한 거리에서만 작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밀폐된 공간에서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샤넬 넘버5를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냉장고 김치통을 열었을 때, 생선구이나 삼겹살을 구웠을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향은 빛이나 소리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더 강력하다. 우리는 사실 ‘좋은 향’보다 ‘원하지 않는 냄새가 없기를’ 더 바란다.
마지막으로 빛.
빛은 공간의 온도를 바꾼다. 같은 방도 조명의 색과 방향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된다.
『우주를 짓다』에서 농담처럼 말했듯, 집안을 말아먹는 취미 세 가지가 있다. 카메라, 와인, 오디오.
빛의 예술 카메라, 마시는 향수 와인, 음향의 예술 오디오. 이 셋은 공간을 지배한다. 아무리 작아도 공간이 있어야 완성되고, 아무리 대단해도 공간과 어울리지 않으면 허전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다.
완벽하게 꾸미려 애쓰기보다, 거창한 리모델링을 꿈꾸기보다, 가볍게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조명, 향, 음향에 신경 써보자.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는 내내 체감되는 행복은 조용히 제곱으로 커질 것이다.
— 오늘은 생선구이 냄새에 집안 문을 활짝 열고 향을 피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