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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May 01. 2024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feat. 근로자의 날

아주 예전에는 날씨가 좋을 때 밖에서 사람 만나는 약속이 없이 혼자 집에 있게 될 때, 굉장히 우울했다.

특별한 약속 없어도 바깥 바람을 맞아야 그 시간을 아깝지 않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반드시 밖에 가서 해야 하는 일이 없다면, 굳이 나가고 싶지 않다.


코로나시기 집에만 있으라고 하니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났던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정반대라고 할까?


왜 밖에 나가는게 귀찮을까?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편해서 일까? 열심히 세수하고 꽃단장 하는 여러 활동들이 귀찮아서 일까? 밖에 나가봤자 돈 쓸 일만 많고, 뭐 특별한 감흥이 없어서 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플래너에 지난달 적어둔 여러가지 생각들을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다.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좋아졌으니, 야외 운동도 하고, 등산도 하고, 전시회, 연주회도 가고 싶어 했다.


현실은 영화 한편 본 게 전부다.


그전에도 집돌이였으나 코로나 이후 완벽하게 집돌이 안정화 패치가 끝났던 것이 그 이유일 것 같다.


작년까지는 이른바 보복 소비도 실컷 했다. 수많은 식당과, 전국의 관광지를 네이버 지도에 체크인 해서 발도장을 찍고, 영수증 리뷰를 남겼다. 여기저기 가고 사진, 영상 찍고 먹고 즐기느라, 폰 사진첩 용량이 가득차 비워내야 할 정도였다.


집에서 여름에 맞게 비빔면을 해먹었다. 요즘은 소스가 잘 나와서 신선한 부재료만 준비하면, 수십년 전통 원조 할머니 집 비법 흉내는 대기업의 맛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입가심으로 저렴한 스틱 커피를 타서 광고문구에서 주장하는 나만의 홈 까페를 만들어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하지만 오늘도 쉬지 않고 '근로'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아는 사람은 어제 야간 반이어서 오늘 근무 취침 중이다. 아이가 있어서 가볍게 잠을 자고 오후부터는 집안일과 아이와 놀아주기 근무에 투입될 것이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창가에 햇빛이 낮 시간의 그것보다 더욱 강렬해지는 것을 느낀다.

5월의 첫 날이 저물고 있다.


대자로 누워 꼬랑지를 흔들며, 햇빛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의 털을 빗어주며, 평온한 하루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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