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 책방
책방은 책을 파는 공간이지만, 좋은 책방은 단순히 책을 진열하는 곳을 넘어섭니다.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혹은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쉼표가 되곤 하지요.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 책방은 바로 그런 곳입니다.
이 책방의 특별함은 ‘어떤 책을 들여놓느냐’보다 ‘어떻게 책을 건네느냐’에 있습니다.
그 방식은 흔히 큐레이션이라 불리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책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이 큐레이션의 출발점입니다.
많이 팔릴 책이 아니라, 지금 이 독자의 삶에 꼭 맞는 책을 골라내는 것.
바텐더가 손님에게 술을 권하듯, 책방에서는 북텐더(Booktender)가 사람과 책을 이어줍니다.
책은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름밤에 가볍게 읽는 책”, “새로운 시작 앞에서 용기를 주는 책”,
“혼자 있는 밤에 곁이 되어주는 책”처럼 맥락으로 연결됩니다.
이렇게 주제를 부여받은 책들은 독자 앞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 서 있습니다.
최인아 책방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하나의 서재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독자는 진열장을 훑는 대신, 마치 남의 집 서재에 초대된 듯한 경험을 합니다.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고,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책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니라 ‘경험’이 됩니다.
이곳에서는 책을 사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 강연, 북클럽, 작은 모임들이 이어지며
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가 됩니다.
책 → 대화 → 관계 → 삶의 변화.
큐레이션은 이렇게 공간을 넘어 문화로 확장됩니다.
최인아 책방의 큐레이션은 단순히 ‘책을 고르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이고,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정한 방식입니다.
좋은 큐레이션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지금 당신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