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작은 것들에 시선을 두고 그 관찰과 사색을 작품에 담아냈다.
발저는 산책에 강박적으로 몰두했다고 한다.
그에게 산책은 자신의 내면을 거니는 행위 였고 이는 그의 글의 소재와 형식으로 나타난다.
무기력한 보통의 소시민이 등장하며, 가난하고 초라한 자신의 생활을 유지한다.
고립되고 무력하나 자유로운 자신의 작은 세계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헤르만 헤세나 프란츠 카프카 같은 대문호들이 높게 평가한 작가 다웠다.
사색보다는 몽상에 가까운 작품들, 복선, 갈등, 결말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고, 우연하고 느슨한 연결로 구성된 글은 정말 색다로운 느낌을 준다.
<'나는 아무것도 없어' 에서>
"착한 짐승아, 나는 줄 게 아무것도 없어. 가진 게 있다면야 당연히 너에게 내주고 싶단다."
어느 골짜기의 널찍하고 아름다운 길 위에서 청년은 염소 한 마리와 마주쳤다. 염소는 청년을 보자마자 다가왔고, 마치 우정이 그리운 인간처럼 자신의 비참한 염소 인생을 그에게 전부 털어놓고 싶어 하듯 그의 주변을 친근하게 맴돌았다.
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청년은 그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 했던 짐승들,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던 짐승들, 말없이 견디기만 하는 자신들의 존재와 답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짐승들, 염소를, 개를 그리고 송아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나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이 드넓고 거대한 세상에서 나는 단지 가난하고 나약하고 무력한 인간일 뿐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 자신과 그의 친구들, 인간 친구들과 짐승 친구들 모두의 삶이 얼마나 암울한 상황인지를 생각하니 청년은 더는 앞으로 걸어갈 수가 없었다. 그는 길옆의 풀밭에 누웠다. 그리고 가슴이 터지도록 펑펑 울었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청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