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방문한 전시가 너무 좋았기에, 리플릿과 다른 정보를 활용하여 아래에 글을 썼다. 사진 빼고 모든 설명은 전시 리플릿과 웹사이트 안내를 보고 작성한 것임을 미리 밝혀둠
전시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는 아시아 고유의 사상과 미(美), 그리고 공간을 탐구함으로써 아시아를 향한 새로운 상상의 지평을 확장한다. 유교·불교·도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의 문화는 세상의 모든 요소들이 연결되어 순환한다는 전일주의(全一主義)에 기반한다.
조형 의식 역시 이 같은 사상에서 비롯하였다. 우리는 형상뿐만 아닌 그로부터 생겨나는 멋과 정취까지도 미를 구성하는 요소로 여겼다. 형상에서 시작된 상상을 통해 마음속에 심상을 떠올리고, 여기에서 발출 된 감성과 환상으로 형상이 마저 담지 못한 빈 곳을 가득 채우며 궁극의 미를 생성하였다.
관계의 조화를 강조하는 동아시아의 사유를 바탕으로 상상이라는 끈이 전 우주를 연결하여 심원(深遠)의 미를 완성한 것이다. 상상은 현실을 통합하고 초월하여 새로운 현실을 창조했다.
무한 Infinitum / 정화용<무한>은 눈에 보이지만 만지거나 잡을 수 없는 빛을 디지털 가상 이미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표현합니다. 빛을 그린 이미지들은 때로는 바다의 거친 파도로, 때로는 유화 물감의 번짐으로, 때로는 밤하늘 먼 우주 너머에서 오는 신호처럼 다양하게 변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움직임을 통해 만물의 근원인 빛의 에너지와 무한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한>은 관람자를 미지의 빛의 공간으로 불러들이며 사유정원 속으로 안내합니다.
정화용은 디지털 미디어를 하나의 표현 도구로 이용하여 새롭고 비정형적인 이미지를 창작하고, 다양한 디지털 방식을 적용한 표현방식으로 관습적 속성을 탈피하고자 한다. 작가의 파노라믹 영상작업은 상징계 외부의 가상 세계를 의미의 지지대로 삼을 뿐 아니라, 이질성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의 전복적 위상을 잘 묘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 점점 잊혀가는 본질적인 부분들을 관객들이 새로운 형태로 체험화할 수 있게 하고 자연 속에 인간의 존재성을 주제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재현"하는 시각적인 실험이라 부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rn9MYSQ2hdQ
소리 오브젝트를 위한 구성 제7번 / 고휘스스로 움직이는 소리의 모양들이 관람자와 교감하며 '소리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만드는 작품입니다.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면 음의 높낮이, 음색, 음량등의 정보가 담긴 추상적인 도형의 모습을 한 '소리 오브젝트'가 화면에 떠돌아다닙니다. 이 소리 오브젝트는 관람자와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또 화면에 자리를 옮기며 등장하는 하얀 사각형은 그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소리 오브젝트를 읽어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합니다. 고정된 음표로 이루어진 오선지 악보와는 달리, 스스로 움직이는 소리 오브젝트들의 흐름은 거울을 통해 무한히 확장되는 악보가 됩니다. 관람자는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태블릿 화면을 조작하여 실시간으로 소리 오브젝트의 흐름을 바꾸며 소리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qweXaWiTsKg
0=1 -이율배반 / 히토시 쿠리야마<0=1 -이율배반>은 형광등을 재료로 우주라는 대자연을 표현합니다. 작가는 우주와 형광등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주와 형광등은 모두 완벽에 가까운 진공상태입니다. 우주는 수많은 물질로 가득 차 보이지만 중력이 존재하지 않아 거의 완전한 진공 상태이며, 형광등 역시 소량의 수은증기와 아르곤 가스가 들어있는 진공상태를 유지합니다. 또한 우주가 대폭발로 탄생하였듯, 형광등 역시 유리관 내의 작은 폭발로 빚을 내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형광등 설치구조물은 우주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거울은 우주의 무한 확장입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우주의 무한을 느껴볼까요? 이율배반적 이게도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것들의 소멸이나 붕괴는 다른 우주에서의 새로운 탄생이자 존재의 발생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지금 우주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QAEnp7EVj_g
혀
불모의 정원 / 장 줄리앙 푸스불모의 정원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를 실상과 허상으로 그립니다. 관람자는 세 면의 화면 속에 구성된 메마를 지면과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진 텅 빈 공간에서 펼쳐지는 조금은 낯선 상황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갓난아기와 어린아이들, 여성과 남성들은 마치 인간과 서로 온정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현실세계의 인물들이 아닙니다. 디지털 장치를 통해 친구, 부모, 연인, 자연과 진정한 교류를 나누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이곳의 인간들은 자신의 몸을 닦거나 느리고 다정하게 서로에게 접촉하고 교류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이 가상의 세계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가상세계로의 접속은 종료되어 인간들에게 위안을 주던 가상의 인물들은 그 모습을 감추고, 인간은 실제 세계 속의 텅 빈 공간에서 다시 혼자가 되어 실제의 존재와 허상의 존재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중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일까요?
https://www.youtube.com/shorts/Uup97lJVF7g
두 개의 타원 은 하나의 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움직이는 기계 장치로 인해 두 개의 타원이 조금씩 돌아가며 계속 변화합니다. 이 작품은 실제와 다르게 인지하는 인간의 부정확성을 고찰합니다. 긴 지름 150cm, 짧은 지름 145cm 의 정원에 가까운 이 미묘한 타원은 각각의 회전으로 인하여 하나의 완벽한 원에 근접해지지만, 사실 원의 경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끊임없이 불규칙한 율동으로 구불거리는 윤곽선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개의 타원이 마치 하나의 몸처럼 맞닿아 움직이지만 미묘한 엇갈림을 통해 비정형적이고 불투명한 막을 형성하며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 속과 같은 공간성을 보여줍니다. 개기일식처럼 있다가도 없어지는,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순간과 존재를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몰입과 명상의 세계로 안내하며 인간의 욕망과 믿음이 어떠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종말 하는지 느끼게 합니다. 자세히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법입니다. 방석에 앉아 잠시 집중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https://www.youtube.com/shorts/SY_pgfHV50Q
<잔향>은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바위의 충돌과 그로부터 울려 퍼지는 소리를 통해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해졌던 감각을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소리의 울림과 울림 사이, 서서히 사라지곤 하는 소리의 잔향은 중요하지 않게 여겨져서 알아차리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 소리의 잔향에 집중하다 보면 선명하게 알 수 있는 것과 흐릿하게 느껴지던 것의 구분이 허물어집니다. 커다란 바위에 앉아 화면 속 바위들이 맞닿으며 만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바닥에 깔린 모래와 화면 속 공간이 이어져 실제로 풍경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작품 속 풍경은 스크린을 벗어나 눈 앞에 펼쳐지는 하나의 지평선이 됩니다. 공간 속에서 관람자는 바위가 서로 부딪히는 한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잔향이 머무는 긴 시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풍경 속에서 잔향을 감각하며 흔히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연의 영역을 마주하고 사유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Per3q9A_SDI
영원의 집 문턱에서 / A.A. 무라카미수많은 안개링이 빛과 함께 공간의 중앙을 향해 움직이다가 LED 샹들리에를 만나 흩어지고 사라지는 <영원의 집 문턱에서>는 기운과 인간의 상호 관계를 담고 있습니다. 모든 물질의 근원인 '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공간에서는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기계와 프로그래밍으로 구현됩니다. 특수 제작된 기계장치는 인체에 무해한 성분의 용액으로 안개링을 생성하고, 프로그래밍은 안개링의 농도와 속도, 움직임을 제어합니다. 그리고 관람자는 안개링을 만지고 체험하며 '기'와 교감합니다. 작가는 중앙의 소파에 누워 명상하듯이 작품을 감상해 보라고 권합니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안개링을 통해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기'를 만지며 생동하는 기운을 얻게 됩니다.
누워서 바라본 LED 샹들리에https://www.youtube.com/shorts/rHg6vAkTTZg
얼룩무지개숲 2.1 / 이지연공간을 에워싸는 거울 속에서 알록달록 무지개 빛의 물체들이 모빌처럼 움직입니다. 나노패턴 복제기술과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활용한 3D프린팅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빛조각 설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자연 속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존재인 나노 구조에서 근원적인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자연의 구조가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거대하고 아름다운 빛의 덩어리로 표현됩니다. 거울 속에서 끝없이 반사되며 천천히 회전하는 작품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반복적인 패턴을 보이는 자연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지개 빛 필름은 반도체 웨이퍼 원판에 새겨진 나노구조패턴을 복제하며 만들어지는데,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한 장 한 장 필름을 복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수천 번의 수작업이 약간의 우연함을 만들고 각각의 필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독특한 차이가 생겨 결국 완전히 똑같은 필름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단 하나의 존재'인 자연 속 생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아가 이 세상에 유일한 '나 자신'과 완벽할 수 없는 개인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N5uhinsZKug
겨울 숲 / 신봉철벽을 장식하고 있는 겨울 숲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날, 작가가 아이들과 숲을 걸으며 장난을 치다가 눈 아래에서 자라고 있던 푸른 이끼와 새싹을 보며 느낀 자연을 향한 경외를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여러 색깔로 변화하는 자연 속 빛을 통해 생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관람자는 빛을 통해 추위 속에서도 때가 되면 피어나는 생명과 숲을 걸으며 보게 되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씩 느리게 순차적으로 점멸하며 작품을 비추는 조명은 태양의 움직임을 모방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VSDGjv_XK4I
원형으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작품 나의 별에게 역시 빛에 착안하여 탄생한 작품입니다. 작품은 태양에서 1억 5천만 킬로미터를 날아와 풀잎 위에 닿는 빛이 지구 위 모든 생명의 근원임을 말합니다. 지구가 자전할 때 밤과 낮이 생기고, 태양이 공전할 때 한 해가 간다고 하듯이, 빛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원판 위에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프리즘들은 가시광선의 특정 영역대의 파장을 선별적으로 투과할 수 있도록 특수한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빛은 프리즘을 통과하며 분리되고 굴절하여 숨겨진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름다운 빛의 에너지 속에서 나 자신과 나만의 별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경계의 집 / 이용주경계의 집은 전통과 첨단을 건축적 시각으로 풀이해 표현한 작품입니다. 반투명 한지를 나무틀에 발라 외부와 내부 공간을 구분 짓는 창호는 아시아의 건축에서만 볼 수 있는 양식입니다. 창호 문살 중 꽃무늬를 새겨 만든 '꽃문살'은 예로부터 주로 모란, 국화, 연꽃무늬를 사용했습니다. 모란꽃 문양은 부귀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고, 석류나 포도 문양은 다산과 풍요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국화 문양은 정결한 마음과 높은 절개를, 연꽃 문양은 군자의 청빈과 고고함을 나타냅니다.
이 작품은 수백 개의 다각형과 삼각형을 3차원 알고리즘을 통해 재배치하여 기둥과 벽체가 하나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수식에서 만들어지지만 임의의 변수 값에 따라 분화된 이 도형들은 놀랍게도 같은 모양을 가진 것들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안과 밖, 전통과 첨단 사이 모호한 경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나아가 창호를 투과하여 내부 공간에 드리우는 빛은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하는 안과밖의 이중적 성격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안과 밖은 언제나 바뀔 수 있습니다.
삼면에 배치된 창을 통해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머나먼 창>은 동아시아의 전통 정원의 경관 조성 기법인 '차경'의 개념을 응용합니다. 자연 경관을 울타리나 창안에 끌어들이는 방식을 일컫는 차경은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자연과 어떻게 교류하며 연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본 전통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작품은 차경을 디지털 분야로 확장시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창'에 CCTV의 화면을 띄웁니다. 어느 곳, 어느 시간의 모습인지 모를 창의 풍경은 세계의 전경을 가두어 놓은 하나의 그림으로 관람자 앞에 전시됩니다. 작가는 현대판 차경을 통해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먼 곳과의 연결과 소통을 이야기 합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Y36-wmWX3m0
https://www.youtube.com/shorts/00UWcxIDfbg
산 바라보기 / 피아만나코산 바라보기는 차분하고 잔잔한 풍경화를 선사합니다. 튤 섬유와 잉크를 이용해 여러 가지 자세로 누워있는 몸의 그림자를 그리고, 산 바라보기 2 는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 손의 그림자를 만듭니다. 작품 속 그림자들은 하나로 합쳐지며 산과 들의 풍경처럼 연출되고, 몸과 손 그림자들은 켜켜이 겹쳐지며 풍경 속 언덕과 계곡의 모습을 형성합니다. 몸과 손의 이미지가 겹겹이 표현된 섬유는 안쪽에 자리 잡을수록 그 색깔이 점점 옅어집니다. 이는 마치 실제 자연경관에서 멀리 있는 산일수록 그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작품 속 검은색과 하얀색은 마치 음과 양의 개념처럼 서로를 보완하며 보기 좋게 어우러집니다. 관람자는 어두운 공간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작품을 마주하며 산과 들의 자연경관을 먼저 바라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안에 숨어있던 형상들을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익숙한 것을 자세히 볼 때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qRIvXzsIclI
https://www.youtube.com/shorts/b4ohxLYIEhY
있음, 없음 / 김봉관있음, 없음 은 허구와 환상으로 이루어진 삶과 세계를 성인의 생각에 비추어 이야기합니다. 불교의 경전 '금강경'에서는 인생을 일컬어 환상, 꿈, 이슬, 그림자, 번개, 구름 같다고 했습니다. 또 노자와 장자는 '꿈 속에 있는 세계'라고 했으며, 공자는 '흐르는 물' 과 같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작가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해 이러한 삶과 세계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벽에 설치된 작품 '환영'은 인쇄 회로 기판을 사용해 물에 비친 도시 풍경, 즉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시)이 투영된 환영(물에 비친 도시)을 표현한 것입니다. AR 작품 '정원'은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지만 한편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상현실을 통해 구현합니다. 작품은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해 가상의 비토피아, 즉 비트(bit)로 만들어진 유토피아를 현실로 불려 옵니다. 인쇄 회로 기판 기둥 네 개로 구성된 작품 '인간'6 은 디지털화된 현실을 상징합니다.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LOST #18 / 료타 쿠와쿠보작은 기차가 바닥에 깔려 있는 철로를 따라 지나갑니다. 그 기차가 내뿜는 빚으로 만들어진 벽의 그림자가 광활한 풍경이 되어 비칩니다. 이 작품은 실제로는 작은 공간에 있지만 아주 큰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로스트18의 주제는 허상과 꿈입니다. 작가는 관람자가 이 방에서 보고 듣는 것들을 일종의 꿈으로 생각하길 권유합니다. 중국의 고대 사상가인 장자에 따르면 자아는 본래 우주의 일부이고, 우리는 인식, 언어, 생각에서 벗어남으로써 이런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아를 잊는 것이며, 스스로를 잊어버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즉 무엇인가를 힘써 헤아리고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몸과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우주의 도에 부합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람자는 이곳 로스트#18 이라는 꿈에서 잠시 미지의 세계를 여행합니다. 이 작품은 관람자 스스로가 이런 화두를 던지길 바랍니다.
"나는 누구의 꿈인가?"
https://www.youtube.com/shorts/wypZMFmsisQ
작품 속 그림자 고양이가 참 예쁘다.https://www.youtube.com/shorts/wdu-_TnFCOU
한국의 아름다운 정원인 전남 담양의 '소쇄원'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는 자연과 영상이 하나가 되어 천천히 거닐 수 있는 가상의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마주하게 되는 그림자 정원과 공간에 흩뿌려진 영상작품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연의 고유 형태들과 움직임을 단순한 그림자로 표현합니다. 작품 속 그림자는 빛의 반대 개념인 어둠이 아닙니다. 생명을 가득 품고 있는 무한한 공간입니다. 그림자를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사물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모습들이 빛을 받아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그림자를 드리웠을 때 비로소 인간과 자연이 소통하게 됩니다. 그림자 정원을 지나면 아름다운 보름달이 떠 있는 또 하나의 정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달의 형태가 변하고 달의 형태가 변할 때마다 그 불변의 숲과 천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연으로 떠나기 어려운 현대인들이 소쇄원의 시처럼 바위에 누워 푸른 하늘에 밝은 달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고요한 밤산책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제 상상너머를 거닐고 온 사유정원의 마지막 여정을 즐겨보세요.
https://www.youtube.com/shorts/1AM2c-qbG4U
고요한 밤 산책의 경험을 할 수 있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갔다가 들어간 정말 멋진 미디어 아트들. 전시 동선 구성과 크기, 그리고 의미 있는 작품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이 전시 보고 나서 다음 방문지로 담양을 고르게 되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소쇄원 48 영 중 13 영
나와 누우니 푸른 하늘에 밝은 달이라
넓은 바위는 바로 좋은 자리가 됐네
주위의 숲에는 그림자 운치 있게 흩어져
깊은 밤인데도 잠 이룰 수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