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간다. 나무가 보이는 창가 자리를 잡아 노트북을 켜두고, 마당에 나가 니코틴과 카페인을 보충한 뒤 자리로 돌아온다. 책을 펴들어도 잘 읽히지 않는다. 이럴 때는 10권짜리 대하소설이 좋다. 차차 뒤져 보기로 하고, 매번 상권만 읽다 만 <논어> 하권을 꺼내 읽는다. 공자가 높은 벼슬을 하여 고향에 갔다가 옛 친구(원양)를 만나는 대목. 그가 삐딱하게 앉아 공자를 맞이하니, 자 왈 “어려서는 공손하지도 않고 커서는 세상이 기록해줄 만한 일 하나도 못 하더니 늙어서는 죽지도 않는구나, 이 도적 같은 놈아!” 하고 작대기로 친구의 정강이를 툭툭 친다(‘헌문’편). 백발의 옛 친구에게 너는 죽지도 않는구나,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공자의 매력은 저런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