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크르렁 앞에서 힘껏 야옹.
12월 초, 과학고마다 다르겠지만 큰애는 예비 소집일이 좀 빨랐습니다. 정확히는 합격 후 일주일 뒤였군요. 합격의 기쁨은 잠시, 하루 이틀 만에
그야말로 '스쳐', 지나갔어요. 지나갔습니다.
당장 학교에 맞는 스케줄을 짜느라고 꽤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일반고의 2배속, 대학교재를 넘나드는 깊이로 수업을 하는 곳에서, 아이는 어떤 상대적 위치를 점해나갈 수 있을까요.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진 않으셨지만 단상 위에서 학교생활을 예고하는 선생님(수학선생님)의 분위기는 이랬습니다. '한 손에는 협력을, 다른 한 손에는 경쟁을. 호랑이 굴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하며, 예정된 고통을 미리 고지합니다.' 그러나 날카로워 보이는 그 선생님의 인상 뒤로 따뜻함이 보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실 때 옆에서 바라보며 듣던 수학선생님의 얼굴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일절 학생들의 편의를 가볍게 봐주지 않는 각종 규칙(기숙사에 간식 반입 금지, 야식 배달 금지, 아파도 면학시간 끝날 때까지 기숙사 못 들어감 등등)들은 오히려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들을 해내는 학교가 특목고니까요.
앞에 앉은 학생들의 뒷모습이나 왼편과 뒤편에 앉은 학부모(만 있는 건 아니겠죠, 학원관계자도 있어 보였 고요)들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느낌은 '긴장감'.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곤 쉽게 웃지 않고 쉽게 인사하지도 않는 분위기. 정해진 시간을 꽉 채우고도 6-7분이 지나 5시를 넘겨서 어질어질한 상태로 현장을 빠져나왔고, 일차선 도로로 늘어선 차들 속에서, 한동안 침묵했습니다.
엄마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만, 타고나길 '앞의 앞의 앞'이 보이는 개인 성향상 이 모든 환경이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저는 hsp입니다) '왜 이 길을 걷고 싶은가'.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섰는가'. 올라설수록, 올라 갈수록 드는 질문에 아이는 '스스로' 답해나가야 합니다. 정말로 아이가 클수록, 중요한 것들은 대신해줄 수 없더라고요.
초중고를 통틀어 가장 어렵다는 중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아이는 자신이 원해서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왔습니다. 호랑이들 틈에서 하나도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평화주의자, 12월생인 데다 타고난 기질도 느린, 크르렁 대봤자 고양이 발톱 같은 것만 드러내놓고 결국 멋쩍어 웃는 이 아이가 헤쳐나갈, 보람되겠지만 험난할 세상이 보입니다.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