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에서 마주쳤던 할머니

찰나의 인연이 이렇게 오래 기억될 줄은.

by 아보카도

"지민아, 할머니 앉으실 수 있게 엄마 무릎에 앉을까?"

2012년-13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 좌석에 조그만 엉덩이로 걸터앉으면,

바닥에 닿지 않는 짧은 다리를 달랑달랑 휘저을 수 있던 나이. 저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그 쪼꼬맹이와

어딘가 가는 길이었고, 이제 종알종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녀석이 신기해서 그렇게나 말을 걸어대던 중이었습니다.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왼쪽에 서 계시던 할머니께서 저희를 찬찬히 살피시더니 천천히 이동하시는 거예요. 조금씩, 조금씩.

'자리에 앉고 싶으신가 보다' 생각이 들어 지민이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 앉으실 수 있게, 엄마 무릎에 앉아 자리 양보하자는 뜻이었죠.


그랬더니 손을 휘휘 저으시며 말씀하십니다.

"나 금방 내려요. 일어날 필요 없어요~~"

저는 '그럼 왜 이쪽으로 오셨지?' 의아해하며

큰애를 잠시 바라보고 대화를 멈췄습니다.

그날, 할머니께서 내리시기 전 지긋이 저희 아이를 바라보시다 힘주어 하신 말씀이,

"아유 장하다, 대견해라. 기특하다."였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잠시 뒤 내리셨어요.


'이 낯선 동네에선 아이를 보면 다들 이렇게 칭찬하시나 보다' 어린 엄마였던 저는 뭔가 뿌듯함이 올라왔고, 세상엔 그런 어른이 많은 줄 알았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표현해 주시는 낯선 어른이 흔치 않다는 것을요.


어떤 이야기를 아이와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할머니께서 해주신 '장하다, 대견하다, 기특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따뜻하고 강하게 남아 아이에게 그 이후로 종종 해주었습니다.


그 아이가 곧 고등학생이 됩니다. 해주신 말씀처럼 그렇게 자라주더라고요. 10년도 넘은 찰나의 짧은 스침.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낯선 어른의, 내 자식을 향했던 따뜻한 표정이, 어제 일처럼 가끔씩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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