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1.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시오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by 아보카도

나는 가끔, 인공지능이 불필요한 인류를 제거하는 과정을 상상한다. 고통 없이 죽이는 기술도 이미 있는 와중에 인공지능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시오. 단, 진실하지 않은 경우 즉시 제거됨."


진실여부를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있을까 하며 우습게 생각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가, 가차 없이 생을 마감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정리'의 1순위는 버릴 물건과 버리지 않을 물건을 구분하는 거라고 했다.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당연히 인류의 전부를 살려둘 이유가 없을 테니까- 어느 순간 저 질문이 훅 들어오는 생사의 갈림길을 떠올리며, 미리 질문에 대한 진실한 답을 준비해 두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자신을 드러낼 때 진실성, 자신만의 서사가 중요해질 것 같다. 단순히 '무엇을 아는가'보다는, '무엇을 본질적으로 이해했고 적용했으며 부딪힌 상황 속에서 배웠는가'를 질문받을 날이 머지않았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학군지의 꼬아놓은 5지선다 수과학 내신문제에 발맞추며 견제나 멸시 같은 인간본성에 익숙해지면서(학군지의 장점도 많다, 예를 들면 군더더기 없이 세팅된 독서실 등의 인프라!), 동시에 배려 협업 진실됨 같은 철학적 주제의 질문도 준비해야 하다니.


어른이라고 사정이 다를까. 혼란스러운 어른들은 혼란스러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절벽에서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산양처럼 동물적 감각으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는데, 둘러보면 그런 구조가 쉽지 않다.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나는 조용히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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