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려다 과학고 가게 된 썰 1.

고요한 파동 속 난항

by 아보카도

"엄마는 진짜 요즘 같은 시대에, 선취업도 괜찮아. 진심이야. 너 그렇게 수학 내신, 해도 해도 안 되는 거 억지로 붙들고 있지 말고 가서 잘할 수 있는 고등학교, 24시간 건강하게 생활하고 희소자격증 딸 수 있는 고등학교, 거기 가. 너만 괜찮으면 나는 진짜 너무 추천해."


수학이 문제였다. 정확히는 '손을 벌벌 떨었다'. 제한 시간 안에 기계처럼 답해야 할 대다수의 문제들과 진짜 어려운 몇 문제들의 밸런스 게임을, 천성이 느린 아이는 학군지의 내신수학을 너끈히 감당하지 못했다. 정량평가에서 실패하기를 여러 번, 울고 다시 일어서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 했다.


아이의 진로를 두고 도박을 할 수는 없어서

나는 남들이 잘 눈여겨보지 않는 틈새 중에,

이 아이에게 맞는 곳이 어딜지 고민을 거듭했다.

새벽 기상을 어려워하지 않고,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갖춘 아이. 그렇다고 어떤 특별히 뛰어난 손재주나 예체능 감각은 없고, 사람과 부대껴 사람들과 낯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는 거침없는. 먹는 거 좋아하고, 자기 부족한 점을 알아 스스럼없이 타인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이런 애는 도대체 어디에서 빛날 수 있을까. 어디에 안착해 스며들 수 있을까. 나는 애초부터 남의 시선 남의 기준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으니, 아이가 행복한 길을, 가보니 가길 잘했다고 느낄만한 길에 들어서길 바랐다.


그래서 아이도 나름대로는 찾아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친구들이나 선생님께도 이야기를 꺼내봤지만 특목자사고에 1/3이 진학하는 (입결만 놓고 보면) 명문인 아이 학교에서, 해사고는 진학사례가 없었다고 했다. 특출 나게 잘하지는 않지만 배우고 싶었던 무언가를, 영영 손 놓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이는, 이 특성화고 같은 특목고인 해사고에 원서 쓰기를 망설였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그러게 해사고 쓰라고 했잖아!!'를 반복했다. '괜히 있어 보이는 껍데기 걸치고 싶어서 지원하는 거면 관둬. 실력도 안 되는 게 까불다가 발리는 수가 있어-'라는 직언을 나는 딸에게 서슴없이 했다. 진짜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왔다.


중요한 또 하나의 진짜 문제는, 학교 과학부서의 '해볼 테면 해봐라'하는 분위기였다. 팔짱 끼고 다리 꼬고 앉아 보내는 삐딱한 시선들 틈에서, 아이는 성과를 내야 했다. 이 아이의 과학 성적이나 수업 태도가 나빠서 찍힌 게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아이는 나름 대학영재원을 한 번의 지각없이 성실하게 다녔고, 영재원 아이들 대부분이 기피하는 3학년 사사과정도 열심히 밟고 있었으니 성실성이나 태도문제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이는 '찍혔다'. 소수의 선생님들이었지만, 그 소수의 선생님 중에는 아이의 과학담당 선생님도 계셨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과학고 가고 싶어 하는 아이가, 수학도 문제, 과학도 문제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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