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려다 과학고 가게 된 썰 2.

인성도 실력입니다만

by 아보카도

아이는, 말문이 턱턱 막히는 상대 앞에서

자신을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는 학생이 되기를

강요받는 모양새였다.

그냥은 받아주지 않겠다는 눈초리는

정글에 깔린 스산한 공기같이 여기저기 흔하게 깔려 있었다.


초등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초등학교 때는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인성이 별로라는 평가를 받으면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정도 없었는데,

중학교에 와보니 아무리 인성이 별로여도 실력이 있으면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인정받는 아이의 분위기는 '압도적으로 잘하는 내가 정할 테니 너희들을 대꾸하지 말고 따르라'였다. 그리고 아무도 거기에 '왜?'라는 질문을 달지 않았다. 심지어 담임선생님은 그렇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아이를 '들어, 쓰셨다'. 반 분위기 흐리는 아이를 망신주는 용도, 다른 반 선생님에게 보여야 하는 행사에 참여해 성과를 내는 용도. 주도하는 아이는 자신의 무언가를 내어주고, 무언가를 받았다.


반면 큰아이는 1년 내 얼굴이 '하얘져서' 다녔다. 심지어 입술 색깔마저 하얬다. 얼굴이 핏기 없이 하얗게 들떠있었다. 무슨 평가만 받으면 주위에 몰려들어 몇 점인지 확인부터 하는 몇몇 아이들 때문에,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점수 노출을 강요받는 사례가 늘었다. 그렇다고 해서, 점수가 제법 잘 나왔다는 점만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분위기에 맞지 않는 선함'은 의심을 샀다. 담임 선생님을 잘 만나야 된다더니, 1학년이 유난히 힘들었다. 담임선생님을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대로는 번아웃이 올 것 같은 느낌에 길게 체험학습을 낸 1학년 겨울에, 아이는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

"너네 **(큰아이)처럼 체험학습 쓰지 마라"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없는 곳에서 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2학년 초에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전해주었다)


'인성도 실력입니다'라는 말을 교육청 관련 행사 때마다 들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 틈바구니를 느껴보지 않으셔서 그래요'라는 엄마들의 시큰둥한 반응이 이해될 지경이었다. '이론은 현실과 다르며, 우리 아이는 현실에 깔랑쌈뽕하게 적응해, 입시에서 피해보지 않아야 합니다'라는 무언의 방어는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어땠을까. 인성을 챙기기를 바라는 선생님들이 분명히 계셨고 적지 않았다. 그런데 조용히 뒤에 서 계셨다. 나서지 못하셨다. 이런 분위기가 한 번에 만들어졌을 리 만무하니, 자기 소신을 함부로 드러냈다가는 얻어가는 것 없이 피해 보기 딱 좋은 자리가 교사의 자리임도 이해가 됐다.


어찌 됐거나 학교라는 현장이 가혹하더라도 아이 스스로는 버티는 걸 넘어 이겨내야 했고, 때때로 가치관이 흔들릴 때 나는 뒤에서 버티며 안아줘야 했다. "엄마가 가르쳐 준거랑 현실은 다르다고! 여기서는 안 통한다고!!" 하며 우는 아이를 보면서 눈물이 올라오는 걸 목에서 삼키고 침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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