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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니스 Dec 24. 2020

[죄책감의 터널에서 벗어나세요]

[2]당신때문이 아니니까요

티비를 많이 보여줘서 그런걸까요? 그 때 제가 일을 하는 바람에...     


ASD가 텔레비전이나 핸드폰 시청 때문에 발병하는 것이라면, 세상에 자폐 아닌 아동이 몇 이나 될까.

숱한 부모(라 쓰고 엄마라 읽는다)들은 결과적으로 다른 나의 아이를 두고, 원인을 찾는다. 그 원인의 귀결은 대부분 ‘그 때 제가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겨서요’, ‘그 때 한창 광고를 좋아하길래 틀어줬더니..’식의 죄책감으로 범벅되어 있다.     


광고를 좋아했다는 것, 은 모르긴 몰라도, 하나의 sign일 뿐, 그 때부터 아이는 퇴행을 보이기 시작했을 수 있다. 할머니가 아이를 본다고 해서 아이가 자폐 성향이 되고, 엄마가 진득히 양육한다고 해서 그렇지 않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되돌아보면, 죄책감만 쌓일 뿐이다. 그 죄책감은 불행하게도 어떤 해답도 우리에게 주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나는 대놓고 말한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10개월 동안 애지중지 아이를 뱃 속에 품고서, 나의 소중한 아이와 마주할 그 시간만을 인내한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이마만 째져도 내 심장에서 피가 흐르는데, 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함을 직면하는 엄마의 마음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그런 그들이, 죄책감 마저 안고 살아가라는 부당함은, 누가, 대체 누가 던져줄 수 있단 말인가.     


멋도 모르고, 남 일에 참견하고 오지랖 부리기 좋아하는 ‘무례한’ 사람들은, 간혹 통제되지 않고 달라 보이는 아이를 향해 ‘니 엄마가’ 어쩌고 하는 말을 서슴없이 던지기도 한단다. 카더라가 아니고, 뇌피셜도 아니고, 그런 말을 들었다는 엄마가 울먹이며 나에게 해 준 이야기이다. 그런 것들이 엄마들을 무너뜨리고, 곪아가게 한다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걸까?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강하지만 나약해서, 쉽게 무너지고 아이의 아픔을 자신의 것과 동일시한다. 아이의 현재는 자신의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라 철저히 믿는다. 하지만 조금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이와 엄마는 별개의 존재이며, 개별화가 이루어질 때 건강한 개인의 존재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어떤 경우, 엄마의 부족과 서툰 부분이 치명적으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자폐 아동의 엄마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그 죄책감이라는 똥덩이리에서. 조금은 자유해 지기를 날마다 소망한다.


죄책감은 사람을 좀먹는다. 그냥 살기도 버겁고 벅찬 세상살이에, 그 무게마저 감당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 죄책감이 주는 메시지는 거짓일 때가 많으니까. 누가 그랬다. 소를 잃었으니 지금이라도 외양간 고쳐야 한다고. 누구 때문에 잃은 소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고쳐서, 잘 살면 된다. 그게 지금, 현재를 사는 가치이고, 그 곳에 빛이 있다고 믿는다.


*ASD : Autism Spectrum Disorder[자폐스펙트럼장애]의 줄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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