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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 좋아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늘 듣게 되는 질문.
관심사나 취미, 흥미거리에 대한 이야기.
나의 경우, 열의 아홉은 ‘글쎄..’라며 말 끝을 흐리는 주제.
“저요? 뭐..영화도 보고, 피아노도 치고..뭐 그렇죠“
대답을 억지스레 늘어놓고 나면, 늘 무안한 감정이 뒤따라 온다. 내가 봐도, 억지스러워 보여서 일까. 나의 흥미거리는 상대방에게 흥미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나의 대답이 그만큼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라며 혼자 생각한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즐거움이 없는 아이. 하고 싶은 게 없는 학생. 무던해서, 무난해서, 그만큼이나 삶이 무료한 사람. 물론, 학창시절을 지나면서 이런 저런 막연한 장래희망은 품었더랬다. 하지만 이상뿐인 장래희망은 현실 앞에서 거품처럼 꺼지고 사라지기 마련이었고, 나는 나를 잘 모른 채.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needs를 짚어내지 못한 채 불혹을 앞두게 되었다. 혹하지 않는 나이 불혹이라지만, 혹할게 없는 나의 인생을 보니 뭐 하며 살았던가, 이제껏 나를 떠나지 않았던 공허의 작은 구멍이 어느 샌가 가장자리를 더욱 넓혀가고만 있다.
사람관계에서 쉽게 불안을 느끼는 친구가 오늘도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기에,
“그러지 말고 연습장 와서 골프나 쳐. 나처럼”
하고 말했더니, ‘대체 너는 무슨 걱정이 있길래’ 라며 반문한다.
"너는 사람들하고 문제도 없고 다 잘 지내잖아. 전혀 걱정 있어 보이지 않는데"
그건 당연히 의도된 바이다. 늘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누구에게도 어느 이상의 마음을 주지 않는 것. 삶의 모토와도 같이 경계를 풀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사람에게서는 어떤 의미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나에게 어떤 만족도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못해서 안 하는 것도 있지만,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내 마음속의 허기를 돋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의 텅 비어 버리는 기분. 다시 혼자 남겨지는 순간 지독하게 밀어부치는 허무함.
그것을 채울 방법을 찾지 못한다.
운동이나 육아와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 더욱 집중하려 할수록, 공허는 함께 커져만 간다. 이건, 채울 것이 아니라 지워내야 하는 것인가 보다. 바로 눈 앞의 과제들에 집중함으로써, 그 어떤 외로움도 틈 타지 못하게 틈새를 막아 버린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배가 불러 늘어 놓는 투정같은 이야기. 만족을 모르는 욕심쟁이 같아 보이려나. 그래서, 일기장에나 쓸 법한 이야기라서, 털어 놓지 않는 이 마음은 누구로부터도, 무엇으로부터도 채워지지 않은 채 늘 비어 있다.
그래서
별 것 아닌 호의에
의미 없는 눈빛에
흔들려버리는 가벼운 마음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