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성인이 된 후 문학을 통한 몇 번의 충격을 겪었습니다. 그중 눈먼 자들의 도시를 만난 것이 첫 번째 충격이었지요. 혹여 점 하나, 단어 하나를 놓칠까 도저히 다음 줄로 아니 다음 단어로 넘어가기 힘든 작가의 독특한 문체, 다음 문장을 읽기 싫어질 정도로 잔인한 묘사, 그럼에도 너무나도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이 책과의 만남 그리고 그때 받은 충격은 그저 소설은 재미와 흥미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제가 문학에 깊이 빠지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제가 겪었던 충격을 함께 겪을 수 있을까요. 부디 이 책과의 만남이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p.s.
눈먼 자들의 도시는 소설 자체, 이야기의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지만 곳곳에 있는 날카로운 풍자와 은유를 찾아보는 재미도 탁월한 작품입니다. 원제인 <Ensaio sobre a Cegueira>부터 흥미롭습니다. Ensaio는 수필, 에세이라는 뜻 외에 시험, 실험이라는 뜻도 있고요. Cegueira는 눈이 보이지 않음, 실명이라는 뜻도 있지만, 맹목, 무작정, 우매, 몽매, 어리석음이라는 뜻도 있답니다. 또 등장인물들을 이름이 아닌 직업이나 다른 호칭으로 부르는데요.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극 중에 등장하는 강아지를 부르는 방법이었답니다. 후에 콘스탄체라는 이름이 생기지만 그전까지는 눈물을 핥아주는 개라고 불렸지요. 눈먼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면 눈물을 핥아주며 위로하는 개라니. 정말 놀라운 비유죠. 물론 다시 얘기하지만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읽어도 충분히 훌륭하고 탁월한 작품입니다. 유튜브와 세줄 요약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문학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니 꼭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