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 요즘 유행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노래를 들려주었다. 제일 어린 1학년 남자아이가 영상을 따라 하며 몸을 들썩인다. 난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나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면서 잘한다고 부추겼다. 아이는 신이 나서 정확히 알지 못하는 가사를 웅얼거리며 아이돌 가수들의 몸동작을 흉내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른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따라 해 보라고 했더니 쑥스러운 미소만 짓고 어색한 표정으로 구경만 한다. 어떤 아이는 영어책만 들여다보며 연필로 무언가를 쓰기 바쁘다.
신나는 음악 앞에서 몸이 시키는 대로 반응한다는 것. 나는 문득 니체의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단계가 떠오르고 그리스인 조르바가 눈앞에 나타났다. 저 춤추는 아이가 말 그대로 순수하게 자기 자신의 존재로 사는 어린아이의 단계에 있었다. 규칙과 부끄러움, 사회의 잣대가 닿기 전 자연 속 인간 본연의 상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순간을 즐기는 힘, 그런 조르바의 춤이 아이의 춤과 겹쳐 보였다.
우리는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 춤 하나도 자유롭게 추지 못하는 부끄럼쟁이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