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가는 비인가? 여름 비는 떠나기 아쉬운 듯 느린 걸음으로 온다.
팀미팅 시간이 좀 남아서 작은 카페에 들렀다. 손님은 아무도 없고 스피커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달콤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젖은 우산을 바닥에 내려놓고, 차가운 에어컨 바람 아래 앉아 따뜻한 라테를 홀짝거린다.
앞에 보이는 회색 벽면에 커다란 글씨가 눈에 띈다.
'100% PREMIUM ARABICA COFFEE'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글씨가 오늘 유난히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왜 영어로 썼을까? 저 글자들을 한글로 쓴다면 어떤 모습일까?
'100% 아라비카 원두커피'
좀 촌스러운가?
영어는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언어이고 한글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이다. 요즘 우리 것이 외국에서 추앙되는 현실에서 왜 우리는 한글보다 영어를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었다고 생각할까?
그러고 보니 카페 간판을 보면 거의가 영어 이름이다. 'Mega', 'Terra', 'Twosome', 'Idiya', 'Starbucks'.
한글 이름으로도 충분히 독창적이고 예쁘게 지을 수 있다. 표기 또한 한글로 해도 되는데 우리는 우리 것을 놔두고 영어만을 고집하며 즐겨 쓴다. 여전히 우리의 정신 속에 사대주의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나라 말, 우리나라 글을 더 많이 애용해 주자. 우리 언어의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달려있지 않을까?
원문장
'100% PREMIUM ARABICA COFFEE'
메가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