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사유
주말에 산책을 나갔다가 맨발걷기를 했다. 한 바퀴를 다 돌고 냇가에 발을 씻으려고 봤더니 할머니 한 분이 먼저 씻고 계셨다. 할머니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수건으로 발을 닦으시길래 다 끝나가는 것 같아서 할머니 앞으로 다가갔다.
"천천히 하세요." 웃으면서 말을 붙이니 할머니도 입을 떼셨다.
"매일 와서 1시간씩 하는데 사흘 못 왔어요. 이빨 하느라고......"
임플란트를 하신 할머니의 아래 뺨이 부어 보였다.
"와, 한 시간씩이나 하세요? 저는 한 바퀴만 도는데요. 하하"
"아이고, 적어도 세 바퀴는 돌아야 해요. 한 20분 정도는 해야 그때부터 효과가 난답디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 두 바퀴를 빠른 걸음으로 더 걸었다. 발바닥을 땅에 탁탁 부딪히는데도 처음보다 덜 아파서 신기했다. '매일 한 것도 아닌데 굳은살이 붙고 있는 걸까?"
두세 달 전쯤일까? 처음에 맨발로 땅을 짚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모래며 자갈이 발에 닿을 때마다 아파서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걸었었다. 발바닥을 찌르는 듯 따끔거려서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랬던 내 발이 지금은 이렇게 빠르고 힘 있게 겁 없이 내딛고 있다니 좀 대견스러웠다. '내 마음도 이렇게 단단해지면 좋겠네. 누구의 말에도 상처받지 않고 눈치도 좀 덜 보고 당당해지도록, 이 마음에도 굳은살이 좀 베기면 좋겠네. 굳은살은 그냥 생기지 않겠지. 많은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고 깨달으면서 생기는 거겠지. 단단한 마음결이 한층 한층 쌓이다 보면 아픔을 덜 느끼는 내 발바닥처럼 내 마음도 단단해져 있을 거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맨발 걸음을 마쳤다. 냇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함이 몰려와 마음과 머리까지 상쾌해졌다.
숲은 끊임없이 나에게 가르침을 준다. 아름다운 자연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주의 질서, 존재로서의 소명, 생물들의 지혜, 과학적 원리, 정신적 깨달음까지 준다.
"숲, 대체 넌 어디까지 줄 수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