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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그 사이의 인간

by 문이

인간의 본성은 성선설과 성악설 어느 것이 맞을까? 맹자와 순자가 상반된 주장을 하지만 어는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 두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다. 문제는 어느 쪽이 더 강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순간에 어떤 쪽을 선택하느냐이다. 누군가의 상처에 손을 내밀 수도, 모른 척 돌아설 수도 있다.

나는 가능한 한 선한 쪽을 택하려고 애쓴다. 남을 돕는 일은 결국 나를 기쁘게 만들기 때문이다. 타인을 위해 하는 선행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로하는 행위로서의 선함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일정하지 않다. 결과 또한 의도했던 마음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선의 마음으로 한 일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악의 감정에서 비롯된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구원하기도 한다.

선과 악은 고정된 성질이 아니라, 관계와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변한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선한 마음에서 회사 동료의 실수를 대신 감싸 주었다고 치자. 그러나 나중에 그 실수는 더 커져서 팀 전체에 손해를 끼치고, 결국 친구는 더 큰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선한 의도가 오히려 악이 되었다.

어떤 부모가 아이를 꾸짖을 때, 그 순간의 부모의 표정이나 어조만을 보고 악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꾸지람이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함이라는 걸 알면 선한 행동이 된다.

어떤 행동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이 뒤집힐 수 있다. 혁명가의 폭력은 당시엔 악이지만 후대에는 선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선하거나 악한 존재가 아니라, 매 순간 선택하며 살아가는 모순적이고 유연한 존재다. 그 불완전함이 인간을 성장하게 만든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며 흔들리는 그 마음속에서 비로소 삶의 온기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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