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은 돌고 돈다.

by 문이



우리 부부는 군대 간 아들 면회 외출을 갔다. 같이 길을 걷는데 아들이 말했다.

"아빠 코 나왔어요. 좀 닦아요."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야."

순간, 예전에 남편도 시아버님 보고 그런 말을 했던 장면이 스쳤다.

"와, 예전에 아버님이랑 자기 보는 거 같네.
자기가 아버님 보고 코 좀 닦으시라고 했잖아. 그때랑 어쩜 이리 똑같지."

남편이 아들 보고 하는 말.

"야이, 너도 나이 들면 네 자식이 너한테 그럴 거야."

"난 아닌데."

아들은 미래의 한 장면을 상상하는 듯 멋쩍게 웃는다.

젊었을 때 어른들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며 그때의 부모님이 하던 그대로 하고 있다.
안 먹었던 콩, 호박, 가지 요리가 좋아지고,
어깨 통증에 팔을 올리기가 힘들어지고,
모났던 성격이 둥그레진다.

유전은 대물림되고, 인생은 돌고 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전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