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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읽고

독서 리뷰

by 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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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기사가 바둑의 세계에서 깨우친, 인생을 잘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직 바둑의 세계에만 몸담아 온 사람이 넓고 다양한 이 세계를 뭘 알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바둑의 세계에는 모든 인간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었고 복잡한 인간관계와 사회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 속에서 모든 것을 경험한 조훈현 기사가 우리에게 손자병법 같은 인생 지침서를 하나 던져준 것 같다.

저자는 일본의 고수 세고에 스승의 집에서 열한 살 때부터 9년을 함께 살았다. 세고에 스승은 말로 가르치는 분이 아니었다.

" 내가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답이 없는 게 바둑인데 어떻게 너에게 답을 주겠느냐, 그 답은 네 스스로 찾아라. . . .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바둑이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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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침의 중요성을 말한다. 수학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가르쳐 줘서 풀게 된 문제는 금세 잊어버리지만 스스로 고민하여 해결한 문제는 잊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응용문제까지도 풀 수 있게 한다. 수학뿐이겠는가,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다. 그런 원리를 알고 실천하는 세고에 스승은 마치 도인과 같다.

" 생각에 자유를 주는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개성이 강해지고 자아가 단단해진다. 인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끌어 갈 자신감과 확실한 인성이 형성될 수 있다. 생각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그 답을 알려주는 도구다. . . . 사람들은 행복이 돈이나 명예, 성공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진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고 믿는다." 36쪽, 37쪽



스승은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가 의도치 않게 내기 바둑을 하여 돈을 따고 들어왔을 때 그를 내친다. 결국 사정을 알고 다시 받아들이는데, 이 사건으로 그는 늘 마음의 중심을 잡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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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훈육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가르침을 주었다. 나도 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그렇다고 고쳐지지 않음을 안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배운다는 걸 키워보고야 깨달았다.


그는 일본 유학시절 일본의 천재들로부터 끊임없이 깨졌다. 지는 것이 거듭될수록 실력도 늘어났다고 한다. 우리는 깨지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에게서 배운다. 많이 깨져봐야 한다는 것을.


제자로 받아들인 이창호, 새롭게 등장한 이세돌. 계속 새로운 류가 나타나 기존의 것을 뒤엎는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인도 변화해야 한다고 그가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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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보면 문제가 아닐 수 있고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여 자아를 잃어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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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일본에서 바둑 한 판을 며칠씩 뒀다고 한다. 생각과 상상으로 이어지는 그 길고도 느린 시간을 견뎌내어 좋은 수를 알아내는 묘미. 빠른 세상에 파묻혀 점점 성미가 급해진다. 그런 나에게 느림의 미학을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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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복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예의를 다해 서로가 복기를 해준다. 인생에서도 복기는 성찰을 가져다준다.

"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둑을 잘 모르지만 그 세계를 흥미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깨우친 그의 생각법을 배우고 실천하여 내 삶의 고수가 되는 길에 한 발짝 다가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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