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카페

자작시, 에세이

by 문이




벽 앞에 전시된 석상들


군대 열병식처럼

줄 맞춘 의자들


카페


각자의 화면 속으로

고개를 묻고


말은 오가는데

소리는 없다


줄 맞춰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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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페에 앉아 있으면 낯선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벽을 향해 줄지어 놓인 의자들, 그 위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 예전처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아침부터 자리를 채운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묘한 감정이 듭니다. 조용한 공간인데도 열기가 느껴집니다. 무언가에 깊이 몰입한 눈빛,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빠져나오지 않을 것 같은 집중력. 그 모습이 신선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서로 가까이 앉아 있으면서도 시선은 각자의 화면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말은 오가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고요함입니다. 함께 있지만 각자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풍경이 요즘 시대를 닮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카페의 기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대화를 나누던 공간이, 이제는 각자의 일을 하고 머무는 작업실로 바뀌어 갑니다.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는 본질은 같지만, 예전과 분명 다릅니다.


그래서 이 변화가 낯설면서도 흥미롭습니다. 어느새 이 풍경이 자연스러워지고, 그 안에 저도 조용히 끼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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