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을 작성하고 너무 좋은 질문을 받았다.
"혼자 다 할 수 있는 시대인데 왜 팀이 필요해요?" 1편을 쓰고 나서 받은 질문이다. 솔직히 나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했다.
가정도 팀이다. 아기가 생기고 나서 달라졌다. 시간 쓰는 방식이 달라졌고, 우선순위가 달라졌고, 일하는 이유가 달라졌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구체적으로 생겼다. 그리고 더 치열해졌다. 덜 하는 게 아니라 더 하게 됐다.
내가 뭔가를 하면 그건 남편의 희생에서 비롯된다. 내가 퇴근하고 몇 시간씩 공부하고, 주말에 워크숍 자료를 만들고, 새벽에 글을 쓸 수 있는 건 그 시간을 남편이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퍼포먼스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역할을 나눠야 하고, 서로의 시간을 조율해야 하고, 한쪽이 멈추면 다른 쪽도 흔들린다.
이게 팀이 아니면 뭔가.
전체의 퍼포먼스를 위해 나는 원 빌더로 더 강력해지고 있다. 회사도, 사이드프로젝트도 다 포함이지만 그 동력의 출발점은 가정이다. 가정이 기반이고 거기서부터 모든 게 파생된다.
AI를 쓰면 혼자서도 만들 수 있다. 진짜로. 근데 물리적인 시간에서 한계가 온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걸 모른다는 거다. 워크숍 커리큘럼을 만들 때 혼자 다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AI 엔지니어한테 피드백을 받으니까 몰랐던 빈 곳이 보였다. 그들의 워크플로우에서는 당연한 건데, 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은 정보였다.
한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 판단할 수 있는 맥락, 감당할 수 있는 복잡도에는 천장이 있다. 그 천장을 뚫는 게 팀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소수로 만들면서 느꼈다. 팀이 가볍다. 의사결정 빠르고 컨텍스트 스위칭도 없다. 근데 인원이 적으니까 팡팡 개선되지 않아서 아쉽다. 반대로 회사는 설득 비용도 들고 컨텍스트 스위칭도 빈번하다. 느려질 때도 있다. 근데 그 무거움이 크게, 멀리 갈 수 있는 추진력이기도 하다.
몰입밖에 못 하는데 환기가 안 된다. 내 생각에 매몰된다. 같이 대화하고, 아이디어 나누고, 뭔가를 해내면 같이 해냈다고 느끼고, 위기를 이겨내면 같이 이겨냈다고 느낀다. 그 감각은 혼자서는 절대 못 느낀다. 어쩌면 같이 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혼자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왜 팀인가. Lovable이라는 회사가 있다. AI로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15명으로 시작해서 60일 만에 연매출 $10M을 찍었다. 45명일 때 기업가치 $1.8B 유니콘이 됐다. 50명일 때 $100M ARR을 8개월 만에 달성했다.
"혼자 다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를 만드는 회사에서도 팀으로 일한다.
CEO가 이런 말을 했다. 팀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이가 있고, 미션에 진심인 사람들이라고. 실리콘밸리식 허슬 컬처를 거부하면서도 50명이 훨씬 큰 경쟁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채용할 때 직군을 안 따진다. 제너럴리스트를 뽑는다. 프로덕트에 깊이 관심 있고 AI 도구를 잘 쓸 수 있는 사람.
혼자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팀이 되니까 50명으로 유니콘이 된 거다. 각자가 원 빌더인 사람들이 결합했을 때 나오는 임팩트가 그거다.
팀이 필요한지 개인으로 충분한지. 이건 꿈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충분한 크기의 문제가 있고, 팀이어야만 닿을 수 있는 크기의 문제가 있다. 그건 선택의 영역이다.
내가 속한 조직은 큰 영향력을 가진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다. 그 크기 앞에서 혼자는 부족하다.
큰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팀이 필요하다. 하지만 팀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세상이 온건 맞다. 하지만 내가 꾸는 꿈은 크기가 커서 무조건 팀으로 움직어야한다. 그래서 나는 팀이 필요한 사람이다.
결혼도 혼자 잘 사는 둘이 모이면 더 잘산다고 한다. 서로에게 종속성이 너무 크면 시너지가 나기도 하지만 발목을 잡기도 한다. 팀도 같다. 경계가 무너지고, 각자가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러면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다. 속도가 바뀐다. 순차적으로 넘기던 걸 동시에 친다. 결과물이 바뀐다. 한 사람의 한계가 팀의 한계가 되지 않는다. 혼자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소용돌이가 결합하면,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크기의 소용돌이가 생긴다. 그게 팀이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생각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