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지나도 기억나는 면접이 있다

친절은 복리로 돌아온다.

by 셩PM

100번 넘게 떨어지고, 이제 막 붙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풀필먼트 회사였다. 적당한 규모에, 꽤나 잘 나가던 때. 코로나 시기라 풀필먼트가 더 잘 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정확히 몇 차 면접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면접장에 들어섰을 때의 분위기는 아직도 선명하다.


라운지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았다. 사이 좋아 보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참 보기 좋았다. 실제로 면접관이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에티튜드, 말투, 물어보는 질문의 수준까지. 면접을 보는 내내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중간 채용 코디네이터분의 태도도 너무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자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회사라고 느꼈다.


특히 마지막 면접이 기억에 남는다. CTO분과의 면접이었다. 이런 분이랑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성적으로 성숙한 분이라고 느꼈고, 내가 부족해도 열심히 하면 함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이유로 그 회사에 입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좋은 기억이 전해진다.

5년 전 같이 일하던 PM분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면접 경험이 정말 좋았던 회사가 있다고. 그 PM분이 그 이야기를 계속 기억하고 있다가, 최근 이직을 준비하면서 그 회사에 지원했다. 결과적으로는 떨어졌지만, 그분이 오늘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탈락 메일도 너무 정성스러워서, 왜 그렇게 좋은 면접 기억이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한마디에 5년 전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런 일을 경험해보니 다시 한번 느낀다.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면, 그게 결국 다른 곳으로 퍼진다. 5년 전 내가 받았던 배려가,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에게까지 닿았다. 그리고 그 사람의 경험이 다시 나에게 돌아와, 잊고 있던 감사함을 일깨워줬다.

면접관도 지원자도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다. 업계는 생각보다 좁고, 세상은 더 좁다. 그때의 작은 배려들이 결국 복리로 돌아온다.

지금 당장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다음에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도 있는 거니까.


용기내서 링크드인 메세지를 보냈다.

지금 당장 그 회사에 다시 지원할 생각은 없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른 도메인에서 내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커리어의 방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PM분이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그때 그 CTO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번도 못 드렸다는 걸.

링크드인에서 그분을 찾았다. 아직도 그 회사에서 CTO를 하고 계셨다. 용기를 내서 메시지를 보냈다.

감사하다고. 면접을 많이 보다 보니, 그렇게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경험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고.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언젠가 다시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고.


이 인연이 또 다른 어떤 일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이대로 끝나는 일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서로 도와주고, 서로 좋은 태도로 대하는 것. 그게 장기적으로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 면접이든, 일이든, 어떤 관계에서든.

서로 다시 만난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친절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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