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다.
회사에서 AI Hack 세션을 하루종일 열어줬다. 사람들이 AI를 쓰는 걸 직접 봤다. 대부분 내 눈에는 개발자, 그들의 언어로는 개발자가 아닌 MLE 분들도 계셨고, 여튼 AI 전문 인력이 꽤 많은 환경이었다.
나는 페르소나 챗을 만들었다. 관련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잘 만들고 싶었다.
페르소나 챗을 만들려면 가이드가 필요하다. 어떤 캐릭터인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말투로 어떤 대화를 해야 하는지. 보통 시스템 프롬프트라고 부르는 것.
근데 이걸 작성하려고 보니까, 글로 명시할 수도 있겠지만 감도라는 게 있다.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는 온도, 행동, 말투.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어떤 색깔이 떠오르는지. 활발한 사람은 옐로우, 정열적인 사람은 빨강. 이걸 굳이 언어로 정렬해야 될까?
그래서 이미지를 인풋으로 넣었다.
그 페르소나가 살 것 같은 집, 쓸 것 같은 물건, 사용할 것 같은 브랜드. 그 사람을 상징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의 이미지. 실제로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연예인 이미지도 넣었다. 내가 생각한 페르소나는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고, 살짝 거리감이 있을지언정 진정성을 가지고 깊은 고민을 해서 대화해주는 친구였다.
이미지를 넣고, 예시 문구 7개를 보여주고, “이런 대화를 해라”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줄.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답변을 해라.”
그게 전부였다.
그랬더니 에이전트가 확 바뀌었다. 내 머릿속에 있었던 상상과 정말 유사한 결과물이 나왔다. 프롬프트를 깎고 다듬는 것보다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았다.
추가로 이 페르소나 문서를 기반으로 이 사람이 있었을 법한 에피소드를 50개 만들었다. 하나의 문서로 만들어서, 관련 대화가 나왔을 때 — 페르소나에 대한 질문이나 아이덴티티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할 때 — 이 문서를 참고해서 적절한 에피소드를 사용하도록 했다. 에이전트의 컨텍스트를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한 구조였다.
첫 번째, AI의 발전 속도.
6개월 전에 같은 작업을 했을 때 이 정도의 완성도를 만들지 못했다. 지금은 몇 줄로 가능하다. 배포까지 1시간 20분. 안정적으로 서비스가 작동됐다.
두 번째, AI의 이미지 이해 능력이 올라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무드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AI가 내 맥락을 읽고 핀터레스트에서 이미지를 가져왔는데, 내가 직접 검색한 것보다 오히려 더 정확했다. 그 경험이 “이미지를 인풋으로 넣자”는 발상으로 이어졌다.
이 내용을 개발자분들에게 공유했을 때,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애초에 개발자라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이었을 거다.
나는 디자이너 베이스 PM이고, 브랜딩을 굉장히 좋아했다. 브랜딩이 되는 원리를 알고 있다.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줄 건지, 어떻게 포지셔닝할 건지 분석해서 키워드를 뽑아내고, 키워드를 한 줄의 에센스로 만들고, 그 에센스를 시각화를 통해 어떻게 표출할 건지. 그 생각의 구조를 알고 있었던 거다.
그걸 그대로 입체적인 페르소나 만들기에 투영시켰고, 거기에 픽사의 캐릭터 만드는 방식을 도입해서 이 사람의 스토리를 더 만들고, 그걸 참고해서 답변을 생성하도록 설계했다. 내가 디자인 베이스이고, 내 관심사들을 통합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이었던 거다.
근데 이 브랜딩 사고구조라는 게 대학 때 배우는 정말 베이직한 브랜딩 방법이다. 조금만 관심 있었으면 서점에 있는 아무 브랜딩 책을 봤어도 이 사고 흐름을 가질 수 있었을 거다.
회고
AI를 잘 알고 활용하기 위한 툴, 팁, 문서는 정말 쏟아지고 있다. 근데 내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서 크리에이티브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시하지 않았다. 나는 “프롬프팅을 이미지로만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건 내가 비전공자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와우 하는 경험을 했다.
첫 번째, AI를 요즘 너무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시도를 하고, 공부를 하고, 구조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끝에 이런 방법론을 도입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나의 창의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천했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 저렇게 보면 어떨까 —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건데, “이상한 생각 아닐까”, “정답이 아니면 어떡하지” 하면서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리스크? 프롬프트 한 줄 써보면 되고, 안 되면 토큰 조금 쓴 게 전부다. 소요 시간 1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판이었다. 모르고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AI 시대에서는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이 부딪혀보는 사람들이 성공할 거 같다. 지금은 정답이 없는 세상이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되게 만들고, 반응하게 만들고, 성공하게 만들면 그게 정답이 될 거다. 그러니까 피하지 말고, 공부하고, 시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