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창업이 망한 진짜 이유 2탄 : 성찰편

나를 가장 냉정하게 해부한 기록

by 셩PM

사업 관점의 실패는 1탄에서 다뤘다. 근데 돌아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나 자신이었다.


아프고, 힘들고, 금전적으로도 빚을 갚아야 했다. 그냥 덮어두고 싶은 기억이다. 근데 이렇게 안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꺼내지 않으면 이 경험이 다 무쓸모가 된다.1탄에서 사업 관점의 실패를 다뤘다. 정량적인 이유를 분석하는 건 그래도 할 수 있었다.


가장 아픈 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거다.

그때를 생각하면 내 자신이 너무 바보 같고, 멍청하고, 한심해서 바라보기가 힘들다. 그 당시 사진을 보는 것도 힘들다. 내 사진은 거의 다 지웠다.

그래도 다시 써본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나를 인지해야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걸 공개하면서 이 기억이 조금이라도 무뎌지기를 바란다.


실패 이유1) 너무 무지했다.

프로덕트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시장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유저를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지 — 방법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맨땅에 헤딩했다. 근데 진짜 너무 맨땅에 헤딩이었다.

실행력은 강했다. 빨리 해보고 빨리 만들어보는 데는 자신 있었다. 근데 그걸 뒷받침할 나만의 워크플로우가 없었다. 마켓 리서치 방법, 지표를 읽는 법, 도메인 특성, 경쟁사 분석, 실행방법론. 이런 걸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하면 된다"는 말만 들었고, 예비창업패키지 같은 지원사업도 받았지만 본질적인 학습은 없었다. 뒤늦게 하긴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였다.


실패 이유2) 나를 관리하지 못했다.

체력 관리, 멘탈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다. 사업을 지속하거나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없었다. 나를 관리하지 않으면서 풀 스로틀로만 달렸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거, 제일 즐길 수 있는 거, 힘들더라도 버틸 수 있는 방향인지를 먼저 봤어야 했다. 그리고 메타인지가 필요했다. 내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유저에게 어떤 가치를 줄 때 나는 이걸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때의 나는 그걸 몰랐다.


실패 이유3) 함께한 팀원들에게.

그 친구들의 강점이 뭔지,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업무를 시켰다.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던 거다.

눈앞의 이익만 보고 매일 초조했다. 그 초조함으로 섣부르게 판단하고, 섣부르게 평가했다. 리더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리는 건데, 난 매일 흔들렸고 그게 티가 났다. 그때는 그걸 몰랐다.

진짜 미안하고, 진짜 고맙다. 그 부족한 나와 함께해준 사람들이다.


이 실패가 내게 남긴 것들

레슨런1) 모든 사장님에 대한 리스펙이 생겼다.

만 원을 벌든, 백만 원을 벌든, 억을 벌든 — 누군가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아내는 모든 사업자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거기에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정말 더 대단한 사람이다.

이 리스펙이 생기면서 사업자와 직원 사이의 이해관계가 명확해졌다. 회사는 나의 시간과 리소스를 구매한 것이고, 나는 그에 대한 결과를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이 관점이 잡히니까 직장 생활이 덜 괴로워졌다.


레슨런2) 사람을 보는 눈을 가져야한다.

팀원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자리에 놓는 게 리더의 일이라는 걸. 그때는 그걸 못 했다.

다시 팀을 이끌게 된다면, 초조함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을 거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보고, 어디서 빛날 수 있는지를 찾을 거다.


레슨런3) 방법론에 대해 공부한다. 겸손하게 공부하고 배운다.

무작정 덤비는 게 아니라 전략을 세우고 똑똑하게 움직이는 노력을 해본다. 그러려고 습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한다. 이 회사는 어떻게 성장했는가, 어떤 스토리를 가지게 됐는가, 흥망성쇠의 포인트는 어디였는가? 단순히 잘 됐네, 안 됐네를 보지 않고 그 이유를 분석하려고 한다.

창업자의 특성, 도메인의 특성, 시장의 특성,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명확하게 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건 다 내 실패 경험에서 비롯된 거 같다. 성공은 정말 많은 요소들이 결합해서 발생한다. 타이밍, 시장, 운.

실패는 바라보기 힘든데, 제대로 바라보면 다시는 그 실패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실패 확률만 줄여도 성공 확률은 올라간다. 그래서 나 자신을 분석하고 복기하고 계속한다.


레슨런4) 매일 운동한다.

사업을 접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솔직히 재미 붙는 데 1년 반이 넘게 걸렸다.

지금은 PT를 4년째 받고 있고, 자주 못 갈 때도 있지만 놓치지는 않게 됐다. 이게 멘탈, 성과, 일상 전부를 버티게 해준다.


그리고 지금의 PM이라는 포지션 너무 감사하게도 PM이라는 포지션은, 위에서 말한 모든 걸 다시 적용해서 나를 다듬을 수 있는 자리다. 시장을 읽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팀을 설득하고, 지표를 보고, 내가 실패했던 창업에서 못 했던 모든 것을 매일 훈련하는 포지션이다. 아직 매일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그럼에도 나에 대한 가설과 검증, 개선의 이터레이션을 돌면서 더 나아지기를 위한 연습을 계속 해보고 있다.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함.


언젠가 준비된 모습으로, 좋은 어른의 모습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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