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들을 읽고

by 지혜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나'라는 남자아이의 시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 큰삼촌, 작은삼촌, 고모,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풀어진다. '나'의 시점이라고도 하기 힘든 것이 '나'라는 주인공의 보이는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닌 그저 '나'에게 어머니이고 아버지이니 그렇게 지칭될 뿐이다.

이런 낯선 이야기 진행 방식은 처음 책장을 넘기기 어렵게 하였다.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가 처음 진행되었는데, 갑자기 며칠 만나지 않은 연인인데 아버지가, 어머니가 이런 식으로 지칭되어 나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각 주인공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고 책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은 대가족의 이야기이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풀어진다. 주된 내용은 8명의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힘겹게 넘기던 책장을 책 속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게 만든 에피소드는 온 가족이 여행을 갔다 교통사고가 나고도 모든 가족이 기적처럼 살아남은 에피소드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입원 중이던 큰삼촌이 정말 어이없게도 자살하는 사람에게 깔려 죽으면서 책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큰삼촌은 아버지에게 든든한 동생이었고 '나'에겐 조카를 많이 사랑하던 큰삼촌이었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소중한 아들이었다. 책에서 살아 숨 쉬던 큰삼촌이 죽자 나도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 마음과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형제를 앞세운 형의 마음이 느껴졌다.

구경꾼들에선 슬프게도 가족들이 사고로 많이 죽는다. 나이가 들어 죽는 것이 아닌, 병이 들어 마음의 준비를 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처음은 큰삼촌, 다음으론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하려던 남자에게 머리를 맞아 죽은 할아버지, 마지막으론 국내여행 책을 쓰고자 국내 특별한 사람들을 찾으며 돌아다니던 아버지 어머니가 돌집을 짓는 남자 집에 방문했다가 돌을 잘못 두드려 돌집이 무너져 깔려 죽는다. 이때 '나' 또한 함께 있었지만 혼자 도망가려고 문을 잡고 있던 순간 무너져내려 문틈에 끼어 돌에 깔리지 않아 살아난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딱 한 번 초등학교 시절 증조할머니의 죽음을 경험했지만, 증조할머니와 친분이 깊지 않아 크게 슬픔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처럼 함께 동고동락하던 가족들의 죽음을 맞이한다면 어떨지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은 뒤로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달라는 기도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면 그리움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책의 주인공인 '나'는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죽음을 세 번이나 맞이한다. 나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들 또한. 그 가족들의 한 명 한 명이 되어 마음을 공감했다. 작은 문장에도 슬픔이 느껴져 울기도 많이 울었다. 또한 내 가족들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책에서 반복되는 소재가 여럿 나온다. 그중 ‘자기보다 커진 발’은 큰삼촌의 죽음 후 어머니가 아버지를 보며 생각했고, 아버지의 죽음 후 작은삼촌이 '나'를 보며 생각했다. 자기보다 커버린 동생을 보게 될 때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형보다 발이 큰 아들을 둔 기분은 어때? 이 문장을 보고 나도 같은 생각을 해 보았다. 나에겐 10살 어린 막냇동생이 있는데 나보다 훨씬 작던 아기가 이제는 나보다 7센티는 더 크다. 나보다 커버린 동생을 볼 때 느낌은 아직도 아기 같다는 것이다. 나보다 커진 발을 보아도, 나보다 커진 키를 보아도 어릴 때와 다르지 않게 나에겐 아기 같은 막냇동생이다. 다음 반복된 소재는 기침이다. '나'는 "엣취" 기침을 하며 미래를 보았다. 밝은 미래를. 외할머니는 "엣취" 기침을 하고 하나밖에 없는 딸인 어머니의 그리움을 떨쳐냈다. 이 부분도 참 눈물을 많이 흘렸다. 별거 아닌 문장이었지만 자기보다 먼저 죽은 딸이 어떻게 그립지 않을까. 또한 다른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 평생 남편도 없이 그 아이만을 키우며 살아왔는데 어찌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외할머니는 이겨낸다. 평생 하고 싶었던 소원인 하늘을 나는 것을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이루고자 한다.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지 않는 것을 거짓말을 해가며 스카이다이빙 날짜를 잡는다. 그리고 평소 아끼며 하지 않던 사소한 소비를 하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며 딸의 죽음이란 큰 슬픔을 이겨낸다.

또 한 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은 영원히 작은삼촌이라고 불려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참고 있었을까. 또 고모가 막내 오빠라고 부를 때마다 어떻게 견뎠을까? 란 문장이다. 나에겐 두 명의 동생이 있는데, 막냇동생의 입장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막내는 어릴 때 내게 이름으로 부르기보다 큰언니라고 많이 불렀다. 그땐 그게 싫어서 지혜 언니라고 불러야지라고 교육을 시켜 지금은 지혜 언니라고 부르지만, 그때처럼 큰언니, 작은언니라고 불렀다면 막내가 얼마나 이 책에 공감을 할까 생각이 되었다.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되지만 언니들 중 누군가 죽더라도 계속 큰언니 또는 작은언니라고 불렀겠지. 책 속에서처럼 언니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더라도 그저 언니라고 부르지 못했으리라.

[구경꾼들]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하여 더욱 생각하게 된 책이다. 우리 가족들이 오래오래 나와 함께 하기를 기도하여야겠다. 이제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가 나이가 들어서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또한 하나님을 만나 천국에 가기를 기도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