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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29. 2021

강사들은 온라인에 일기 쓰지 말라하지만

기어코 쓰고야 마는 일간 음감 에필로그


1월 29일 금요일 자정, 일간 음감 <음악을 쓰다>의 스무 개의 메일 발송이 끝났다. 주5일 4주간 내 글을 구독자에게 보내는 일이다.      


      온라인에 일기 쓰지 말라고 강사들이 그리 부르짖건만 끝끝내 쓰고야 마는,


      일간 음감 마무리 일기다.




   글을 쓸 때 1인칭으로 쓰면 폭이 좁아진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그 1인칭이 정말 ‘나’라고 하면 더 답이 없지요. 저는 화자씩이나 하기에 너무 둔하고 매력 없거든요.


   행여 1인칭을 하더라도 나 밖으로 열심히 도망칩니다. 도망 못 치더라도 ‘이건 내가 아니야’라고 세뇌합니다. 그런 제가 이번만큼은 온전한 나로 씁니다. 당신에게 쓰는 편지니까요.      


   지금 근처 커피 집에 나와 있어요. 혹시 커피를 안 드시나요? 그럼 나중에 당신을 만나게 되면 뭘 마셔야 할까요. 커피 집 차 메뉴를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제가 메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만큼 당신은 저를 자세히 들여다봤죠. 그러면서 제게 어쩜 그리 머리가 나쁘냐고 타박했고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머리가 나쁘면요. 기억이 잘 안 나서 해봤던 것도 또 새로워요. 머리 나쁜 자의 변명이라 해도 되고 장점이라 해도 돼요. 그래서 저는 커피도 마실 때마다 새롭고 좋은가 봅니다.


   당신 만나서 좋은 것도 혹시 그런 거냐고요? 그럴 수도.     


   그 나쁜 머리로 무슨 글을 쓰냐 걱정인지 타박인지 모를 말을 했죠. 음, 그냥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믿었어요. 바쁜 당신이 타박을 위해 시간을 썼다면 걱정이 1프로는 있을 것 같아서요.


   1프로를 뻥 튀겨 걱정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조금 절박했거든요. 세상엔 좋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고 제가 죽을 때까지 노력 한다한들 그런 문장을 쓸 가능성은 1프로도 없을 것 같은 날이어서 그랬어요.      


   저를 걱정해주는 당신으로 용기를 짜내서 다시 썼습니다. 다시 쓴다한들 ‘내 글 구려병’ 은 불쑥불쑥 솟아났어요. 이 병은 며칠은 나를 잡아먹을 듯 창궐하다가 며칠은 잠잠하고를 반복하지요. 지금까지 그랬거든요. 당신은 그런 나를 다독이는 안정제가 되었습니다.      


   제 문장들 속에 당신의 지분이 있다면,

   그래서 어떤 문장이 당신에게 가닿았다면,


    나는 그날치의 행복을 다 쓸어 담아 평온한 마음으로 잘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읽는 중에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있기를 기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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