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스의 니은에 이응을 50프로나 덧붙여서 실실 쪼개는 조지자지 얼굴이 내 앞에 보름달처럼 떠오르는 순간, 선머슴 짓 그만 하라는 할머니의 말은 있으나 있지 않았다. 뒤돌아 일어나면서 걔 책상을 발로 밀어버렸으니까.
다행히 그가 맨 뒷자리라 더 이상의 사고는 없었고 그는 자기 배로 내 발과 책상의 충격을 다 받아냈다.
“저 미친 최영감. 내가 뭘 어쨌다고.
너 멘스 하는 거 맞잖아!”
조지자지는 우는지 웃는지 모를 소리로 부르짖었고 애들은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 그의 책상을 몇 번 더 찼던 거 같고 둘 다 교무실로 불려 갔다. 조지자지도 혼났고 나는 그렇게 하면 엄마에게 전화할 거란 말을 들었다.
집에 왔다. 할머니는 가방을 받아주며 “멘스 하는 날인데 괜찮았어?”라고 물었다. 나는 듣자마자 소나기 같은 짜증을 퍼부었다.
“멘스가 아니고 생리라고 생리.
멘스는 이상한 말이야.
왜 생리하면
얌전해져야 하는데?
나 오늘
책상을 발로 밀었다고
교무실 가서 혼났어.
내가 먼저 시작한 거 아닌데,
언제는 씩씩해서 좋다면서
왜 이젠 선머슴이라고 뭐라 해?”
앞뒤가 안 맞는 말을 쏟으며 울었다. 할머니는 멍하게 듣고만 있었다. 그리 많이 운 거 같진 않다. 벌써 6학년이었고 그런 일로 많이 울기엔 스스로도 좀 애매했겠지. 추스르고 학교에서의 일을 말했다.
“선생님이 엄마 회사로 전화했을까?”
“글쎄다. 했어도 별 일 없을 겨.
걱정 마”
“책상을 발로 밀어버렸대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잘했어. 내가 있었으면
그 새끼 꼬추를 잡아당겼을 겨”
풋. 저런 말을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하다니. 순간적으로 웃음이 터졌다.
“아니, 할머니. 그러면 안 되지. 그럼 할머니는 잡혀가고 조지자지는 병원 가”
“잡혀가지 뭐. 우리 강아지를 속상하게 했는디 그 정도도 못할까 봐”
몇 분 전에 그리 서럽게 울던 건 다 잊고 할머니랑 킬킬거렸다. 그날 저녁 집에 와서 이야기를 들은 길석님은(전화는 안 왔다고 했다) 정확하게 할머니와 같은 워딩으로 날 웃겼다.
“그거 할머니가 한 말인데!”
“그랬어? 그럼 할머니가 땡기고 엄마는 엉덩이를 찰까?”
"으악!! 으흐흐!!"
조지자지는 그 후에도 이응 50프로의 ‘멘스’를 성실하게 전파했다. 이 느끼함이 남자아이들을 자극했는지 따르는 애들도 많았고 그만큼 기함하는 여자애들도 많았다. 나는 그가 멘스를 전파할 때마다 왠지 ‘땅겨지고 차이는’ 모습이 상상돼서 속으로 웃었다.
멘스를 듣고 웃는 모습을 보일 순 없어서 표정관리하느라 기함까지 갈 새도 없었다. 반응 안 하는 나는 재미없었는지 그 후론 누구도 내게 멘스로 시비 거는 애들도 없었다. 기함을 먹고 자라는 남자아이들에게 최고의 복수는 단연코 무관심이었다.
그해 장마철, 할머니와 길석님에게 내가 어떻게 남자애들의 횡포에서 자유로운지 한껏 자랑했다. 내가 그럴 때마다 할머니와 길석님은 그들이 동시에 날렸던 워딩을 재현했다.
에어컨이 귀한 시절이었고 제습기라는 단어는 아예 있지도 않을 때지만 그들의 재현은 제습기적 웃음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성이 다른 세 여자의 웃음이 터질 때마다 어쩐지 뽀송뽀송해져서 장마철의 짜증도 잊었으니 말이다.
빨아 널어놓은 면 생리대를 차곡차곡 서랍에 넣으며 그들이 남긴 제습기적 웃음을 다시 그린다. 자꾸 그리다보면 올해 여름에 나도 제습기적 웃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성이 다른 여자들의 뒤를 이렇게라도 밟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