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와 멘스 사이(1)

왜 하필 거기에서 떨어져서

by 음감

6학년 때 첫 생리를 했다. 길석님과 할머니는 축하한다고 했고 조심하라고도 했다. 어디를 연결해야 축하와 조심이 함께 있을 수 있는가.


“축하하는데 왜 조심해?”
“축하는 건강하게 자란다는 뜻이고
조심은 임신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임신? 국민학생이?”

“생리는 여자 몸이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거든.”


양호 선생님이 각 반을 돌면서 비슷한 얘기를 했던 거 같다. 남자애들은 낄낄대는데 최선을, 여자애들은 딴청 피우는데 최선을 다한 시간이다. 당연히 남는 정보도 없다.


“물론 그냥은 안 생기지.
정자가 들어와야 생기니까”

“남자 고추에 있다는 그 정자?”

“고추...는 아니고
고추 옆의 불알에 있지”


길석님은 내가 더 어릴 때 아기 낳는 이야기를 해줬다. 나름 정확했다.


오줌 구멍과 똥 구멍 사이에 아기 구멍이 있는데 남자 고추를 아기 구멍에 넣으면 정자가 엄마 몸속으로 들어간다 했다.


아기가 나올 때가 되면 그 구멍이 수박만큼 커진다고. 그러면 아기 머리가 뿅 통과하면서 아이가 나오는 거라고.

“아무튼, 이제 선머슴은 그만 하라고 몸에서 멘스로 신호를 보내는 겨”

듣고만 있던 할머니가 스윽 끼어들었다.


“멘스? 그건 또 뭐야? 할머니도 해본 적 있어?”

길석님은 지금도 생리하는 사람이니까 신뢰가 가지만 할머니가 왜?


“으잉? 당연하지.
할미도 멘스를 했으니
니 아빠를 낳은 겨”


“할머니는 왜 자꾸
멘스라고 해?”


“생리가 멘스야. 달거리라고도 해. 여자 몸이 달처럼 차고 기운다는 뜻이야”


“할머니, 달은 차고 기우는 게 아니라 지구 공전으로 그림자가...”

세상에나, 달거리에서 어떻게 지구 공전으로 아는 채를 할 수 있는지. 뭔가 민망했던 건지, 정말 지구 공전을 말하고 싶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부디 민망해서 그랬기를. 대화의 지능으로 생리 시기가 결정된다면 난 한참 후에나 생리를 했을 거다.




할머니의 ‘멘스’라는 단어는 꾸준하게 느끼했다. ‘멘’ 발음이 똑 떨어지는 ‘멘’이 아니고 뭔가 의뭉스러운 ‘멘’이어서 그랬다. 완벽한 니은 발음이 아니라 이응이 20프로 들어간, 그래서 조금은 어두워진 발음이었다.


“할머니 멘스는 좀 이상해. 그냥 생리라고 하면 안 돼?” 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그랴...’ 라는 대답만 할 뿐, 다음 달엔 또 멘스였다.


완벽하게 적응 안 되는 단어였다.


어느 날, 파우치에 넣었던 생리대가 교실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황급히 주워서 넣긴 했는데 그새를 잡아채는 아이가 하필 내 뒷자리 남자애였다.


그는 조씨였고 가운데인가 끝에 '지'가 있었다. 그맘때 아이들이 이름으로 착실하게 놀 거리를 찾는 세태를 반영해 그는 조지자지였다. 그 논리로 나는 최영감이었다. 최은영의 '은'을 빼고 뜬금없이 '감'을 붙인.


“어얼. 최영감
생리 하냐.
멘스하는 최영감이구나”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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