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사이의 10월

할머니를 기억하는 시간

by 음감

- 2010년 10월


아이고, 우리 강아지 서른 넘어서도 이렇게 많이 자면 어쩌누. 빨리 일어나. 니 엄마 놀랜다.

할머니? 나 그날 할머니한테 가려고 했어. 진짜야.


그려, 알지. 우리 강아지. 졸린 걸 어째. 졸릴 땐 자야지. 지금 말고. 지금 더 자면 너네 엄마 큰일 나.

할머니 어디가. 가지 마!


우리 강아지 다음에 또 보자. 지금은 빨리 일어나.


진통 중에 태아의 산소포화도가 갑자기 떨어지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전신마취를 하고 응급수술로 아이를 꺼냈는데 내가 이유 없이 두 시간 동안 잠에서 깨지 않아 마취과 의사를 불렀다고 했다. 눈을 뜨니 빨갛게 눈이 부은 엄마가 보인다.


“엄마 나 괜찮아. 할머니가 괜찮다고 그랬어”


- 2020년 10월


할머니, 잘 지냈어? 이번 추석은 각자 집에서 머문대. 전 세계적으로 골치 아픈 전염병이 돌거든. 시가 안 가는 대신 할머니 보러 왔지. 나도 벌써 중년 아줌마가 됐어. 지금 보니 죽은 사람은 나이를 먹을 수가 없네. 내가 할머니 나이 될 때까지 할머니 그대로겠어. 내 할머니가 그대로인 것도 지금 보니 괜찮다. 나 또 올게. 잘 있어.


할머니와 명절 인사를 나누고 납골당을 나왔다. 그새 쑥 큰 나무들의 이파리마다 햇볕이 머문다. 저만치 야산 꼭대기보다 훨씬 멀리 있는 가을 하늘에 눈이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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