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핸드 퍼스트!! 왼손은 타깃을 봐야죠.”
“네? 어디요?”
골프 레슨 첫 시간 때 클럽 잡는 법을 배웠다. 그립을 왼손 손등이 약간 올라오게 잡는다고. 그 상태로 클럽 끝이 왼 허벅지 안쪽을 향하면 왼손 손등은 자연히 타깃을 향하고 이 자세를 핸드퍼스트라고 한다고. 한 달도 안 지났는데 완벽하게 까먹고 타깃이 어딘지 물어보고 있다. 코치가 푹 하고 웃는다.
“타깃이요. 골프공이 들어갈 홀”
골프공이 궁극적으로는 홀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대신 공이 헤드에 얼마나 정확하게 맞아서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만 집중했다. 공이 날아가야 홀에 들어갈 테니 거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거리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이 당연함을 잊고 있었다.
목표와 과정이 헷갈리는 일이 비단 골프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다. 바쁜 아침에 아이가 늦장을 부릴 때 부모의 목표는 아이가 ‘시간 개념을 갖고 계획적으로 준비하기를 가르친다’가 되어야 하는데 일단 소리부터 지르지 않는가. (나만 그러는 게 아니길) 목표가 정확하다면 화낼 일 없이 그저 가르쳐야 한다.
“지금 8시 30분이잖아. 5분 안에 안 나가면 지각인데?”라고 그저 담담히 알려주면 될 일이다. 왜 애가 없을 때만 이렇게 모범 답안 같은 말이 술술 나오는가.
친정 아빠는 야구도, 축구도 좋아하셨다. 시차 때문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경기까지 챙겨봤다. 유난히 경기 시간도 긴데 꼭 생중계로 봐야 하는 이유를 나는 알지 못했다. 피곤해하는 아빠에게 물었다.
“그냥 아침 스포츠뉴스 하이라이트로 보면 간단한 걸 왜 그리 고생스럽게 봐?”
“야구도 축구도 인생의 축소판인데 하이라이트로는 인생을 느낄 수가 없잖아.”
“인생 두 번만 느끼다가는 만성피로 누적입니다. 아버님~”
이라며 피식 웃었다.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운동은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별 관심 없어서 규칙조차 몰랐다. 당연히 아빠 말도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규칙을 배우며 운동을 하니 어쩌면 모든 운동은 축소된 인생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골프 5주차 밖에 안 됐는데 단순히 클럽 하나 잡는 거에서 목표와 과정까지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작심은 되는데 삼일이 안 되던 내가 5주를 넘어섰다. 오늘은 7번 아이언 비거리가 92까지 나왔다. 코치는 한 달만 더 하면 안정적인 90이 나올거랜다. (물론 믿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때쯤 되면 골프가 또 새로운 깨달음을 줄까.
내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듯 내게 어울리는 시간을 잘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시간 중 하나가 지금은 골프인 듯. 그러니 내일은 핸드퍼스트를 기억하며 등교 준비하는 아이에게 상냥한 엄마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