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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Oct 11. 2021

그 수업은 누가 했나

감사를 합시다?

어느 날 교수님은 문화센터 강사들의 퀄을 높여야 한다고 했어요. 동영상으로 각자 수업을 찍어서 제출하래요. 단, 그전까지 쓰지 않았던 새로운 음악을 써야 하는 조건이었어요. 아, 음악은 꼭 클래식 곡이어야 했고요.

영희는 음악도서관에 가서 시디를 와장창 들었어요. 엄마와 하는 영유아 수업이니 클래식도 너무 어려우면 소용없죠. 딱 떨어지면서 적당히 흥도 있어야 해요.

태교부터 인기 많은 모차르트 하면 딱이라고요? 이미 우려먹을 만큼 해 드셨죠. 새.로.운. 음악을 찾아야 한대도요?

영희는 미국 작곡가 앤더슨을 찾았어요. 직관적인 관현악곡을 쓴 사람이에요. 그의 곡 '타이프라이터'는 오케스트라 앞에 진짜 타이피스트가 앉아서 타자기를 쳐요. 그 타자 치는 소리가 음악의 한 부분이죠.

영희는 타이프라이터로 수업을 짰어요. 적당히 반복도 있고 선명한 멜로디라 가사 붙이기도 좋았어요. 그걸 영상으로 찍어서 제출했고 120명 강사 중 2등을 했어요.


칭찬을 받았어요.

칭찬만 받았어요.

몇 달 후, 교수님 칼럼에 타이프라이터를 메인 테마로 한 수업이 실렸어요. 네, 영희는 칭찬을 많이 받았고 칭찬받은 수업이 칼럼에도 막 실렸고, 그래서 막 좋아야 하는데 막 좋을 수가 없어서 누구한테 막 말하고 싶은데 딱히 누구한테 말했다가 저번처럼 또라이로 찍히;;;

아니 뭐, 이건 동화인데 깊게 생각할 거 있나요. 좋은 수업이 널리 퍼지면 디지게 감사해야죠. 감사를 오지게도 쳐 잘하는 영희는 그 후에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요. 오늘의 동화 끗.




앤더슨의 타이프라이터 영상은 여기

https://youtu.be/mOViEh6fg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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