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정말!(1)

by 음감

짧은 스포츠머리에 굵은 목, 넓은 어깨를 무색하게 만드는 큰 머리,

베이비 핑크색 반팔 피켓티 아래로 세밀하게 갈라진 팔의 잔근육.

복잡한 지하철 환승역에서 별 특이점이 없는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자는 전화를 건다. 베이비 핑크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내가 니 뒷모습 보면서 너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너였어. 나 천잰가봐. 그치?"


남자는 대답도 없이 여자의 뒤통수를 톡톡 치고 앞장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종종걸음으로 쫓아온 여자는 기어코 좁은틈을 비집고 들어와 남자보다 하나 윗칸에 서서 말한다.

"뭐야? 왜 말을 안해?"
"내려다보니 좋냐?"
"좋지, 좋으려고 굳이 올라섰잖아"
"그래, 많이 좋아라"

그러면서 다시 뒤통수를 톡톡.

"아니, 말을 쫌 제대로 하..."

여자는 말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채 에스컬레이터 끝자락에서 휘청한다.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여자의 반대팔을 휙 낚아서 균형을 맞춰준다.

"어... 고마워."
"고마우면 그만 좀 떠들어."



쨍, 소주잔이 명랑하게 부딪힌다. 더운 열기를 피해 들어온 고깃집의 작은 화로는 대형 에어컨을 이기지 못한다. 여자가 연신 자기 팔을 문지른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본인 가디건을 챙겨 온 남자는 여자 어깨에 가디건을 걸쳐주고 자리에 앉는다. 가디건에 제 팔을 쑥 넣으며 여자가 말한다.


"똑똑한 것!"


고기를 뒤집으며 남자는 바로 대꾸한다.


"멍청한 것!"


남자가 고기를 입에 넣을때마다 달갑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는다. 모른 척 고기만 먹다가 체념한 듯 고개를 든다. 여자의 눈이 들어온다. 생글생글 웃는 눈에 빛이 쏟아진다. 제 덩치보다 훨씬 큰 가디건을 입은 여자가 손을 모으고 있으니 꼭 전통혼례복을 입은 것 같다. 여자는 노래하듯 묻는다.


"아하..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니까 떨리는구나?"

"그만 좀 웃지?"


"초능력자, 결혼 5개월 만에 애도 낳고!"


"야, 너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