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정말!(2)

by 음감

1995년 7월, D 수련원.

"반주자 좀 찾아와. 곧 시작인데 얘 어디 갔니?"

"반주자요??"

어젯밤, 무서운 얘기 때문에 방에 못 들어간다는 여자는 복도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었다.


'얘 또 어디 가서 자고 있는 거 아냐?'


남자는 합리적 의심을 하며 수련원 이곳저곳을 뒤진다. 방은 이미 교관들이 문을 잠근 터라 못 들어간다. 건물 대지만 500평인 대형 수련원, 어디서 찾아야 할지 감이 안 온다. 7월 말 습도와 맞물린 남자의 짜증은 가실 줄 모른다.


하필 왜 나한테 이런 심부름을 시킨담.

대체 어디에 쑤셔 박힌 거야!

남자는 강당 입구에 걸터앉아 혼자 구시렁거린다. 그러다 구석에 쌓아 놓은 좌식 탁자에 눈이 닿는다. 그 아래로 보이는 작은 발바닥. 짜증 나게 반갑고 안도하면서 성질이 난다.


나는 왜 니 발바닥까지 낯익을까. 남자는 하얀 발목을 살짝 잡고 흔든다.

"누나? 일어나 봐. 여기서 자면 어떡해? 머리 부딪히지 않게 나올 수 있겠어?"


하얀 발가락 끝에 촥 힘이 들어가더니 종아리, 무릎, 허벅지가 차례로 스멀스멀 나온다. 어제 소파에서 본 옷 그대로다.


탁자 밑 묵은 먼지가 붙은, 먹물처럼 까만 머리카락이 방금 사냥 끝낸 사자갈퀴처럼 이리저리 뻗쳤다. 덕분에 하얀 얼굴이 더 하얗고 더 작다. 여자는 눈도 못 뜬 채 말한다.


"나 좀 냅둬. 이틀을 못 잤더니 두개골이 조각나는 거 같아."

남자는 억지로 여자를 일으켜 세우며 대답한다.

"귀신 이야기 못 듣게 귀마개라도 구해다 줄까? 일단 지금은 교관쌤이 반주자 찾으셔."
"귀마개 있으면 잘 수 있을까?"


남자가 대답할 새도 없이 여자는 남자 가슴에 콩 하고 이마를 박는다. 밀리지 않으려 반사적으로 등을 펴자 여자 볼이 남자 명치에 착 붙는다. 먼지냄새와 땀냄새와 샴푸냄새가 남자의 얼굴까지 훅 올라온다.

'야, 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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